국립익산박물관
(주)유선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
찬란했던 백제 문화가 꽃피우던 무왕 시절, 백제 최대 규모의 사찰 ‘미륵사’가 창건되었다. 위용을 자랑하던 미륵사는 1948년 발생한 화재로 대부분 소실됐으나, 남아있는 두 개의 석탑과 남측의 연못, 그리고 부지 주변을 둘러싼 용화산이 어우러진 터는 여전히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경관을 연출하고 있다.
1,400여 년 전의 백제인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를 이어주는 것은 대지 그 자체이다. 건축은 필연적으로 대지를 점유한다. 그러나 새 건물의 존재감이 강하면 얼마 남지 않은 희미한 흔적은 더욱 옅어질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박물관이 완공된 후에도 세계문화유산의 주인공인 미륵사지 ‘터’ 본연의 아름다움이 건축과 조화를 이루며 일체화된 경관으로 읽히게끔 ‘보이지 않는 박물관’을 주요 설계 전략으로 설정했다. 건물은 미륵사지 터에 종속되어, 묵묵히 역사를 설명하고 빛나게 하는 조력자의 역할을 한다.
박물관의 주요 공간은 모두 지면 아래 배치된다. 덕분에 외부에서 보면 건물은 완만한 경사의 땅처럼 보이고, 자연스럽게 미륵사지 터와 하나가 된다.
내부 공간은 세 개의 구역으로 이루어진 미륵사의 배치 방식을 따라 구성했다. 직사각형 모양의 평면을 세 개의 행으로 나누어, 전시 공간과 진입 공간을 분리한 것이다.
방문객들은 세 개의 행 중, 가운데 위치한 경사로를 따라 건물로 진입하게 된다. 일주문을 지나며 마음을 정화하고 진리의 세계로 나아가는 사찰의 진입 방식을 적용한 것으로, 방문객들은 이러한 걷는 과정을 통해 역사의 정수를 마주하기 전, 미륵사지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높은 층고가 필요한 전시실과 박물관 운영을 위한 공간들은, 경사로 좌우에 배치된다. 경사진 진입로 덕분에 층고가 확보되어, 필요한 기능은 모두 담으면서도 터의 경관은 그대로 지킬 수 있었다.
건물의 지붕은 대지의 연장선으로, 지붕에 올라서면 자연스럽게 미륵사지 터가 눈 앞에 펼쳐진다.
외부 조경 또한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중요한 요소다. 특히 선큰 광장은 미륵사 창건 설화에 등장하는 연못을 연상케 함으로써, 천 년이 넘는 긴 시간의 간극을 메워준다.
작품명: Big Void Space with Time of History / 위치: 전라북도 익산시 금마면 기양리 104-1 / 건축가: ㈜유선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 – 신수진 / 용도: 문화 및 집회시설(전시장) / 대지면적: 39,695m² / 건축면적: 4,017.16m² / 연면적: 7,499.69m² / 구조: 철근콘크리트 구조 / 설계기간: 2016~2017 / 시공기간: 2018~2020 / 사진: 윤준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