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한국건축역사학회 작품상 수상작과 최종 후보작을 소개하는 작품집이 발간됐다. 이번 작품상의 주인공은 건축가 조민석이 이끄는 매스스터디스의 ‘원불교 원남교당’이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현재의 원불교 원남교당은 1969년 처음 세운 기존 교당을 대신하여 2020년 새로이 태어난 교당으로, 창경궁과 서울대학교병원, 동대문과 청계천에 둘러싸인 서울 도심부에서 주변과 적극적으로 연결하되, 교당 내외부의 영적 환경을 위한 의도적인 단절을 동시에 보여 주는 작품이다. 마당을 비롯해 다양한 내외부 공간을 형성하여 7개 골목과 마주하며 입체적으로 확장된다.
이는 2018년 한국건축역사학회 작품상이 제정된 이래 다섯 번째 수상작으로, 지난가을 16개 작품을 추천받아 3개 최종 후보작을 선정했고 현지답사와 공개토론회 및 2차 심사를 거쳐 가려낸 작품이다. 또 다른 후보작은 탐라지예건축의 ‘제주북초등학교 김영수도서관’, 와이즈건축의 ‘노무현시민센터’였다. 제주 원도심에 위치한 김영수도서관은 도시 재생 모델의 좋은 사례로 언급됐고, 노무현 시민센터는 서울 시내에 자리 잡아 모두에게 열린 공공공간을 선사하는 어반라운지라는 평을 받았다.
수상작품집에는 심사평과 함께 수상작 정보를 사진과 도면 자료로 소개하고, 수상자의 글, 그리고 비평가들의 리뷰가 수록돼 있다. 건축사진가 신경섭의 사진으로 공간을 탐색하고, 심사에 참여한 전년도 수상자 건축가 이치훈의 심사평으로 세 후보작의 추천 사유를 살펴보며, 박정현, 현명석, 김인성 세 비평가의 다채로운 시선을 통해 공간의 이야기를 확장한다. 특히 수상자 조민석의 글은 단순히 수상 소회에 그치지 않고, 2003년 매스스터디스가 출발할 때부터 시작된 ‘체계적 이질성’ 혹은 ‘이질적 체계성’ 연구의 맥락 속에서 원불교 원남교당을 설계한 과정을 설명하고, 그 과정에서 경험한 것들을 세세하게 전한다.
한국건축역사학회 작품상은 건축과 도시의 역사 맥락 위에 쌓인 시간의 지층을 올바로 해석하여 완성한 건축물에 수여된다. 이러한 의도가 담긴 올해의 건축물을 면밀히 들여다봄으로써 건축가의 태도와 시선에 충분히 공감하고 이들의 사유로 확장되는 다음의 또 다른 작품을 기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