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시자와 류에는 세지마 가즈요와 함께 SANAA를 설립한, 젊지만 꽤 촉망받는 건축가로 손꼽히며 다다오 안도나 도요 이토와 같은 일본을 대표하는 건축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니시자와 류에가 말하는 열린 건축’은 다년간 건축계에서 쌓아온 저자의 건축 철학과 개성을 담은 에세이집이다. 1부 ‘환경과 건축’에서는 저자가 작업한 ‘도와다 시 현대 미술관’과 ‘HOUSE A, 정원 같은 집’ 등에 얽힌 일화와 작품 설명 그리고 사진과 도면 자료를 선보인다. 현대 사회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가치관과 시대성을 건축에 표현하려는 저자의 건축 사상을 엿볼 수 있으며, 오랜 파트너 세지마 가즈요와의 인터뷰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 장에서 저자는 건축주에게 맞는 건축을 만들면서도 동시에 다른 사람도 거주할 수 있는 집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건물을 만들고 싶다며, 현대성을 생각하게 하는 건축을 하고 싶다고 전한다.
저자가 말하는 건축은 세 가지로 정리된다. 먼저, 천장의 높이에서부터 가구의 위치 등 어느 사소한 것 하나도 쉽게 결정하지 않는다. 투명하면서도 실용성이 뛰어난 건축을 위해 ‘디테일’에 대해 고민한다. 두 번째, 어울리는 것과 어울리지 않는 것의 경계를 조절한다. 오래된 마을이나 자연환경 속에서 현대 건축이 잘 뒤섞일 수 있도록 ‘자연스러움’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모든 것에는 ‘연속성’과
‘관계’가 존재한다고 믿는다. 사용자, 환경, 지역 그리고 건축과의 관계에 끊임없이 고민한다. 관계는 결국 소통과 교류로 이어지며, 안팎으로 연속되는 공간으로 표현된다.
2부 ‘건축가와 건축’에서는 그의 건축적 사고에 영향을 미친 원천과 영감을 소개한다. 저자가 가장 존경한다는 근·현대 건축의 거장 르코르뷔지에와 미스 반 데어 로에에 관한 솔직한 이야기를 담았다. 유명 건축가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영어 이야기, 베네치아와 브라질에서의 경험담 또한 두루 살핀다.
마지막으로 3부 ‘앞으로의 건축’에서는 저자가 자신의 철학과 방식을 다시금 돌아보고 미래의 건축에 대해 써내려간다. 디테일, 환경과 현대의 자연, 관계성 등에 대한 생각도 더불어 정리하고 있다.
누구나 이해하기 쉽고, 무심하지만 감각적으로 전달되는 건축. 쉽지만 어쩌면 가장 어려울 수도 있는 이러한 기본을 바탕으로 건축을 하고 싶다는 저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