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한국건축문화대상 결과가 발표됐다. 올해의 수상작은 총 31점. 건축물(공공/민간/주택), 건축문화진흥, 학생설계 부문으로 진행하여, 건축물과 건축문화진흥 부문의 대상인 대통령상 4점, 학생설계공모전 대상의 국가건축정책위원장상 1점, 그 외 국무총리상 4점, 국토교통부장관상 17점, 대한건축사협회장상 5점을 선정했다.
심사에서는 설계, 시공 기술의 완성도뿐만 아니라 건축물에 담긴 의도가 ‘사회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는지, ‘건축 가치에 대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환경적 지속 가능성에 대한 건축적 해법’이 드러나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이전과 다른 차원의 위기에 직면한 동시에 새로운 지향점을 찾을 기회가 된 시점에서 기후와 환경이라는 주제에서 건축의 역할을 고민할 필요가 있었다. 또한, 최근 국내에서 논란이 된 부실 공사 이슈를 계기로 작년부터 준공 이후 일정 시간이 지난 건축물을 대상으로 기준을 적용하게 되면서, 올해에는 작년보다 6개월이 더 늘어난 기간인 ‘준공 후 1년’을 응모자격으로 정했다. 그로 인해 응모작 수가 대폭 줄었고, 수상작 수 또한 줄면서 완성도를 넘어 들여다보고자 하는 가치를 보다 분명히 하고자 앞선 가치들을 집중적으로 살피게 되었다.
■ 건축물 부문 사회공공부문
사회공공 부문의 대상은 남양주시 진접읍의 ‘펀그라운드FUN GROUND 진접’이 선정되었다. 펀그라운드 진접은 청소년들의 활력을 담는 사각형 열린 마당을 통해 미래 세대의 주역인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임을 알린다. 주 공간의 표면에서는 곡면 알루미늄 프로파일이 반복되고, 이를 지원하는 계단, 엘리베이터, 화장실의 공간은 수직 패턴의 거푸집으로 구현한 노출콘크리트로 구축했다. 구성부터 내부 인테리어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공공건축에서 흔히 보기 어려울 정도의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었다는 평을 받았다.
민간 부문 대상은 용산구 후암동의 ‘콤포트 서울’에 돌아갔다. 위와 아래에 접한 길의 15m 높이차에 대응하는 방식을 보여준 소규모 근린생활시설로, 시설을 엇갈려 쌓고 연속되는 계단으로 공간과 단절되어 있던 길을 연결한다. 정면 한가운데에서 시작되는 계단은 공간을 열어주어 방문객을 마을 길에서 건물 내부로 안내한다. 위치를 변경하며 놓인 계단은 자유로운 움직임을 유도하면서 공간의 흐름을 입체적으로 만들어 낸다. 그 의도에 따라 콘크리트의 표면 마감이 다양하게 변화하는데, 의도가 정교하게 구현되는 데에는 뛰어난 시공성이 한몫했다는 평가가 있었다.
주택 부문 대상은 ‘강화바람언덕 협동조합 주택’이 차지했다. 건물이 놓인 곳은 북동쪽 진강산을 배경으로 소나무숲이 감싸고 언덕 아래 남서쪽으로 경작지와 바다가 보이는 마을이다. 담장을 없애고 단층 구성과 경사 지붕으로 지은 열두 채의 집은 획일화된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이웃과 함께 꾸리는 공동체를 지향한다. 레벨 차를 두어 앞집이 뒷집의 전망을 가리지 않고, 공동주차장과 도서관을 매개로 지역과 소통한다. 도심 주거 공급체계인 아파트 풍경과는 다른,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대안 주거 형태를 제안한다.
국무총리상에는 사회공공 부문에서 ‘조치원 1927 아트센터’, 민간 부문에서 ‘포레스트 에지’, 주거 부문에서 ‘지산 돌집’이 받았다.
■ 학생 설계 부문
올해 학생 설계 부문의 주제는 ‘미래 교통, 미래 건축’이었다. 급격한 기술 변화의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에는 자율주행, 로봇, 챗GPT와 같은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고 발전되고 있다. 또 여기에는 사회문화적, 정치적 맥락들이 복잡하게 연결되면서 기술적 성과가 적용되는 시점에 영향을 준다. 이번 공모전에서는 광범위한 미래의 시나리오에서 대상지를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일대로 한정하고, 현재의 장소에서 미래 교통 시스템의 변화를 예측하여 그것이 건축의 영역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칠지 사고하고 판단하여 제안하는 형식을 살피고자 했다.
대상은 고려대학교 백진욱, 김세광 박지열의 ‘숨: 001’이다. 교통이 발전하면서 무분별하게 뒤덮인 땅에 주목하여, 미래의 교통과 건축은 포장된 땅을 다시 드러내고 땅에 대한 기존의 가치판단 구조를 극복할 것을 이야기한다. 이에 UAM 패드와 공유형 자율주행 모빌리티 플랫폼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프로토타입을 제안한다. 도로를 축소하고 그 자리를 선형의 녹지공간으로 치환함으로써 땅을 회복시키며 도시의 숨을 틔운다. 새로운 모빌리티의 등장으로 도시를 새롭게 재편하고 구성하는 방식에서 도시를 이해하고 미래를 그려 나가는 시각을 보여주는 데 충분한 공감을 이끌어냈다는 평이 있었다.
최우수상(국토교통부장관상)에는 ‘INDEX:ITY’강원대학교 홍현기, 이동연. ‘INCEPTION, 새롭게 정의될 지층(GL)’인하대학교 허원정, 경희대학교 김민정, ‘U.M.C Urban Mobility Core’신라대학교 김재민, 빈동빈가 수상했고, 우수상(대한건축사협회장상)에는 ‘수직적 개입, 탄력적 구축’세종대학교 신재승, 전승현, 이수원, ‘N.E.T – TOPIA’부경대학교 김민제, 이희욱, ‘E.T.A; 미래 교통 허브’가천대학교 이동국, 김대현, 이도균, ‘SAFEZONE’신라대학교 권태호, 정규화, ‘Podism City_Gangnam Point’충북대학교 한승주, 김지연이 수상했다.
심사위원에는 김찬중더시스템랩, 양수인삷것, 임동우PRAUD, 이승택STPMJ이 참여했으며, 대상, 최우수상, 우수상에는 공통적으로 상장을 수여하며, 상금 500만 원, 200만 원, 100만 원 순으로 지급한다.
■ 건축문화진흥 부문
건축문화진흥 부문은 올해로 2회째 진행하는 것으로, 건축이 건물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문화 활동임을 알리는 의미가 있다. 심사는 한국건축가협회, 대한건축사협회, 대한건축학회, 한국방송협회, 새건축사협의회에서 추천한 총 13인 또는 팀(작품)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미디어, 건축활동, 출판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드러지는 작업을 본업으로 행하며, 오랜 시간 지속된 활동으로 건축계에 이바지한 경우를 기준으로 세웠다.
대상은 오픈하우스서울 설립자 임진영, 본상 서울국제건축영화제 프로그래머 및 집행위원으로 활동하는 김영우, 우수상 도서출판 집 대표 이상희, 건축사무소 가온건축 공동대표 임형남, 노은주, 김중업박물관의 김태원이 수상했다. 오픈하우스서울은 2012년부터 시작된 도시건축문화축제로 올해 10주년을 맞이했다. 10년 동안 시민들에게 건축의 생생한 현장을 소개하고 건축가, 건물주, 대중이 만나는 문화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오픈하우스서울 설립자 임진영은 건축저널리스트 출신으로 건축의 대중적 가치뿐만 아니라 분야 전문성을 프로그램에 녹여 왔다.
서울국제건축영화제는 아시아 유일의 공식 건축영화제로서 15년 동안 건축을 영화라는 매체로 확장해 왔다. 김영우 프로그래머는 2013년부터 지금까지 서울국제건축영화제 프로그래머 및 집행위원 활동하며 해당 프로그램을 중장기적으로 이끌어 왔다. 도서출판 집은 10년 동안 건축 전문 출판사로서 정체성을 지키며 학술서와 대중서들을 꾸준히 발행하고 있다. 건축 저널리스트 출신인 이상희 대표는 동시에 편집자로서 건축을 이야기로 번안하는 데 직접 참여하고 있다.
건축사무소 가온건축 공동 대표 임형남, 노은주는 건축을 보다 쉽고 친근하게 이해할 수 있는 말하기 및 쓰기 활동을 해왔다. 조선일보, 한겨레신문, 동아일보 등 주요 일간지에 건축 칼럼을 연재했고, 건축 이야기를 담은 17권의 저서를 집필하여 건축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여 왔다. 김중업건축박물관은 2014년 설립된 국내 유일의 건축 전문 공공 박물관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가 김중업의 아카이브를 수장한 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연구 및 전시공간이다. 작년에는 김중업 탄생 100주년을 맞이해 다양한 학술 및 전시 프로그램을 개최했다.
한국건축문화대상 시상식은 지난 10월 31일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에서 개최되었다. 이날 기조강연에서는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의 설계자이자 올해 주택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한 중앙대학교 윤승현 교수가 ‘건축이 중요하다’라는 주제로 건축의 다양한 역할을 소개했다. 한국건축문화대상이 30여 년간 진행되면서 지금껏 우수한 건축물을 발굴하고 건축의 공공 가치를 일깨우는 역할로 자리매김한 만큼, 올해에도 공공적 가치를 실천하는 건축물을 다수 만남과 동시에 건축계가 건물의 개념을 뛰어넘어 다채로운 문화 활동을 펼치고 있음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건축이 지향해야 할 가치를 되새겨 보며, 계속해서 사회 공공적 가치를 실현하는 건축물의 역할과 건축 활동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