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락행복발전소
에디터 현유미 부장 글 전효진 차장
자료제공 운생동건축사사무소
작은 건축, 도시재생의 첫 단추
노원구 상계동은 아파트와 연립주택이 밀집된 주거지역이다. 그러나 높은 인구밀도에 비해 커뮤니티 시설은 턱없이 부족해 거주자들의 주거 만족도는 낮은 편이었다. 이러한 생활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수락산 초입, 오래된 무허가 음식점이 자리하던 곳에 새로운 커뮤니티 시설인 수락행복발전소가 들어서게 됐다.
성공적인 도시재생은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이뤄질 때 가능하다. 이를 위해 프로젝트 초반, 수락행복발전소 건립을 위한 주민운영위원회가 발족됐고, 프로그램 구성과 시설 운영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가 펼쳐졌다. 이렇게 완성된 수락행복발전소는 대화와 소통을 담아내는 작은 건축으로써 도시를 풍요롭게 만드는 첫 단추가 될 것이다.
경계 없는 커뮤니티
수락행복발전소는 작지만 살아있는 커뮤니티 공간이다. 지역의 특성을 고려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하되, 그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각기 다른 계층의 주민들이 서로를 자연스럽게 인지하고 어울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덕분이다.
경계 없는 공간이라는 개념을 통해 작은 땅, 작은 건축이 지닌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고자 한다. 이는 수직 레벨을 최대한 섬세하게 나누어, 일반적 층의 개념을 사라지게 함으로써 실현된다. 연속적이고 확장적인 커뮤니티를 만드는 핵심적 건축 장치는 바로 계단이다. 계단으로 인해 코어는 단순한 수직 ‘동선’에서, 서가, 휴식공간, 객석 등의 프로그램을 담은 ‘공간’으로 진화한다.
로비, 소풍길, 북카페, 공연장, 집단교육실 등, 각각의 공간들은 스킵플로어 형식으로 배치된다. 공간을 벽으로 구획하지 않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확장도 가능하다. 이러한 가변적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프로그램 간의 현실적 소통이 중요한, 경계 없는 커뮤니티가 완성된다.
소풍길 천상병길
대부분의 건물은 입구나 일부 구간에 엘리베이터 또는 램프를 설치하여 장애인의 이동 동선을 확보한다. 그러나 수락행복발전소는 이 램프를 장애인뿐 아니라 모두를 위한 길로 활용한다. 장애인 램프는 건축면적과 연면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법적 근거를 디자인 모티브로 확장한 것이다.
‘소풍길’이라고 이름 붙인 이 램프는 누구나 이용하는 다목적 공간이다. 천상병 시인의 갤러리이자 지역주민의 작품 갤러리이며, 때로는 확장된 공연장, 때로는 확장된 북카페로 쓰이기도 한다.
1층에서 옥상까지 이어진 소풍길은 그 사이에 펼쳐진 경계 없는 커뮤니티공간들을 거치며 이용자들간의 소통을 유발한다. 이동의 수단인 동시에, 서로의 관계를 증폭시키는 확장된 커뮤니티 공간이다. 이처럼 작지만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자연스럽고 소담한 감성을 담아낸 소풍길은 자연적이고 인본주의적인 천상병 시인의 작품 세계에 대한 동경이기도 하다.
작품명: 수락행복발전소 / 위치: 서울특별시 노원구 상계동 996-10, 996-21 / 설계: 운생동건축사사무소 / 시공: 주.아이렉스 건설 / 감리: 운생동건축사사무소 / 발주처: 노원구청 / 용도: 제2종 일반주거지역 / 대지면적: 296.93m² / 건축면적: 124.22m² / 연면적: 283.48m² / 건폐율: 41.83% / 용적율: 85.59% / 조경 면적: 14.88m² (법정 14.63m²) / 규모: 지하 1층, 지상 3층 / 높이: 9m / 구조: 철근콘크리트구조 / 주차: 2대 / 외부마감: 노출콘크리트 / 사진: 윤준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