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을 빛낼 54번째 프리츠커 건축상의 주인공은 일본 건축가 리켄 야마모토Riken Yamamoto로 정해졌다. 이 선정 결과로 일본 국적의 아홉 번째 수상자가 탄생하면서 일본은 수상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국가로 다시 한번 입지를 다졌다.
야마모토는 공간이 사람과 사회 커뮤니티를 풍요롭게 만드는 요소로서 역할한다고 여기며, 그 사회적 기회를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 간 경계에서 찾는다. 그러한 철학을 배경으로 완성된 그의 건축에서는 유리 재료, 테라스 공간에서 드러나는 투명성과 개방성이 특징. 심사에서 역시 이러한 지점에 주목했다. 프리츠커상이 인간 삶과 환경에 꾸준히 긍정적으로 기여한 건축 디자인의 힘, 비전, 헌신 차원의 질을 입증하는 상인 만큼, 리켄 야마모토가 활동한 50여년간 일관되게 그리고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일상의 배경으로서 건축을 생산했다는 점, 공적 차원과 사적 차원의 경계를 지우고 합리적 차원에서 자유로운 소통을 돕는 설계 전략을 선보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 디자인의 형태는 단순한 모듈러 구조를 통해 강렬함을 남기는 동시에 그의 확고한 신념을 분명히 전달한다. 그 언어가 사람들의 활동을 규정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그의 건축 안에서 평범하고 안정된 생활의 틀을 만들어 나간다. 단정한 건축 언어 위에 이뤄지는 삶의 모습은 시적이기까지 하다. 야마모토는 개인의 삶과 사회를 연결하는 데 집중함으로써 그 관계를 존중한다. 또한, 건축이 만드는 도시 경관을 중시함으로써 겸손하고 사회 환경에 적절한 건축을 완성한다.
2016년 프리츠커상 수상자이자 올해 심사위원장 칠레 건축가 알레한드로 아라베냐는, 야마모토의 작품에서 이루고자 하는 많은 이상들을 미래 도시에 적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앞으로의 도시 환경에서 가장 필요하고,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건축을 매개로 사람들이 모여 상호 작용할 기회를 늘리는 것이다. 야마모토는 공공과 개인의 경계를 흐림으로써 커뮤니티를 가능케 한다.”
야마모토는 1968년 니혼 대학교 과학기술대학 건축학부를 졸업, 1971년 도쿄 예술 대학 건축학부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뒤 1973년 리켄 야마모토 앤 필드 숍을 설립했다. 베이징에서 태어나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일본 요코하마로 이주해서 경험한 거주 환경은 지금의 건축 철학을 다지는 바탕이 되었다. 그가 살았던 전통 상가주택은 전면으로 어머니가 일한 약국과 이어지고 후면으로는 동네가 이어져, 그의 표현을 빌려 설명하면 ‘한쪽 문턱은 가족이 이용하는 것이었고, 다른 한쪽은 지역 사회를 위한 것’이었다. 야마모토는 그 사이에 앉아 있곤 했다.
건축가로서 경력을 시작했을 무렵, 그가 수학한 건축가 하라 히로시와 몇 달 동안 차를 타고 세계 곳곳의 커뮤니티와 문화를 접했다. 그 과정에서 ‘문턱’이라는 개념이 공공 공간과 개인 공간 사이에서 보편적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이는 곧 마을들의 외관은 제각각이지만 건축 체계가 바탕으로 하는 문화 세계는 유사함을 알려 준다. 공통적으로 인간 사회는 공공과 사적 공간 사이의 유동적인 경계를 중심으로 구축되어 왔다. 그러나 그에 따르면 현대 도시에서는 두 영역이 철저히 분리되고 개인 공간이 강조되기에 사회적 관계의 필요를 낮추고 있다.
일찍이 그가 고민한 인간과 사회의 관계성은 그가 추구한 건축 세계의 시작이 된다. 숲속의 오픈 테라스로 설계된 초기 프로젝트 야마카와 빌라(일본 나가노, 1977)는 이후 그가 남긴 건축물의 원형이 되었으며, 여기서 발전한 형태로는 세대와 문화를 연결하는 호타쿠보 주택(일본 교모토, 1991)을 예로 들 수 있다. 이 주택 단지는 나무가 심어진 중앙 광장 둘레로 110개 주택이 배치되어 있다. 앞서 언급한 투명성과 개방성은 주택을 비롯한 다른 대표 작품들, 사이타마 현립 대학교, 히로시마 니시 소방서, 한국의 판교 주거 단지와 중국의 톈진 도서관에도 적극 반영되었다.
사회 커뮤니티를 들여다보는 그의 관심은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들이 모이도록 하는 공유 공간 시스템을 만들어 냈다. 이러한 야마모토식 건축은 기능과 규모 관계 없이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다. 그에게 있어 공간을 바라봄은 곧 커뮤니티를 바라봄과 같다. 지난 반세기 동안 도시와 사회는 급격히, 거대하게 팽창했지만 리켄 야마모토의 건축은 그 사이를 끈끈히 이어주는 고리로서 인간의 일상에 존엄을 부여하고 있다.
그는 마이니치 아트 어워드(1998), 일본 건축학회상(1988, 2002), 일본 예술 아카데미상(2001), 공공 건축물상(2004, 2006), 굿 디자인 골드 어워드(2004, 2005), 일본 건축가 협회상(2010)을 받았으며, 2013년에는 국제 건축 아카데미 학회원으로 임명되었다. 2011년 도호쿠 해역 지진 이후에는 지역사회 건축 활동에 전념하는 연구소를 설립하기도 했다. 요코하마 국립 대학교 건축 대학원과 공학 대학원을 거쳐 현재 도쿄 예술 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고, 요코하마에 거주하며 건축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자료제공 프리츠커 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