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 위의 집
에디터 현유미 부장 편집 유상엽
자료제공 주.유타건축사사무소
경상남도 양산시 하북면 삼수리는 예로부터 명당으로 손꼽혀왔다. 역사적으로 큰 인물들이 여럿 배출됐으며 물이 좋아 장수하는 사람도 많았다고 전해진다. 게다가 마을 주변의 크고 작은 산들이 겹겹이 이어진 모습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이니, 그 풍경을 즐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한 번쯤은 살아봄 직한 곳이다.
한 노부부가 이곳에 터를 잡고 집을 지었다. 주어진 대지는 남북 방향으로 긴 모양의 경사지. 생활공간인 집과 일터인 텃밭을 분리하기 위해 대지 중앙을 기준으로 경사면을 정리하여 두 개의 편편한 기단을 조성했다.
그중 도로와 접한 북쪽, 높은 기단 위에는 마당 딸린 집이 들어섰다. 집은 직사각형 모양의 긴 매스와 그 위를 덮은 박공지붕으로 이루어져 있다. 벽은 벽돌로 지붕은 나무와 금속으로 만들었는데, 벽과 지붕의 재료를 달리함으로써 건물을 구성하는 각각의 요소들을 간결하면서도 명확하게 보여준다.
도로에서 대지로 들어서 처음으로 마주하게 되는 공간은 주차장이다. 지붕만 덮인 반 외부 공간으로, 천장에는 지붕을 지지하는 구조체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폭 5m가 넘는 대구조물과 군데군데 구멍이 뚫린 벽돌 벽이 눈길을 사로잡는 공간이다.
주차장을 지나 현관문을 열면 예상치 못했던 풍경이 펼쳐진다. 눈높이에 나 있는 커다란 창이 처마와 마당, 저 멀리 산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이렇듯 집 안에 있는 모든 창들은 크기도 모양도 다른 액자가 되어, 똑같은 풍경도 저마다의 프레임에 맞춰 다르게 보여준다.
실내는 무척 개방적이다. 높은 천장, 큰 창문들, 마당과 연결된 대청마루 등 개방감을 느낄 수 있는 요소들이 곳곳에 마련되어 있다.
메인 구조체인 기둥과 보, 장선은 그대로 노출되어 내부 공간에 구조미를 더하며, 때로는 공간 구획의 요소로도 활용된다. 계단을 받치는 기둥이 거실과 서재를 자연스럽게 분리하듯 말이다.
집은 남쪽으로 활짝 열려있다. 덕분에 남쪽에 형성된 널찍한 마당과 그 앞으로 펼쳐진 그림 같은 산세를 언제라도 즐길 수 있다. 부부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도 그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대청마루다. 목구조가 드러난 처마는 해가 쨍쨍한 날에는 빛을 가려주고 비가 오는 날에는 빗물을 막아주며 대청을 아늑한 외부 공간으로 만들어 준다.
돌벽으로 둘러싸인 마당은 오롯이 부부만을 위한 휴식처다. 거실이나 대청마루와 직접 연결돼 있어 부부는 종종 맨발로 걸어 나와 나무 그늘이 드리워진 돌 벤치에 앉아 커피를 마시곤 한다.
마당 앞쪽에 형성된 낮은 기단에는 부부가 일구는 작은 밭과 농기구 보관 창고가 자리하고 있다. 주택과 마찬가지로 목구조에 박공지붕이 덮인 건물로 벽면은 시멘트 블록을 쌓아 마감했다. 대지의 고저 차로 인해 창고는 주택 내부에서의 시야를 방해하지 않으며 주택과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작품명: 언덕 위의 집 / 위치: 경상남도 양산면 하북면 삼수리 349-2 / 설계: 주.유타건축사사무소 / 설계팀: 김창균, 권혁철, 김예슬, 김명욱, 고광영 / 시공: 주.창조하우징 / 구조설계: 베스트프리컷 / 전기, 기계설계: 코담 기술단 / 건축주: 김두환 / 용도: 단독주택 / 대지면적: 2051m² / 건축면적: 309.9m² / 연면적: 309.9m² / 구조: 중목구조 / 외부마감: 청고벽돌, 징크, 탄화적삼목, T43 로이삼중유리 / 내부마감: 바닥-강마루; 벽,천장-석고보드 위 친환경 페인트 / 설계기간: 2017.3.~2017.7. / 시공기간: 2018.3.~2019.3. / 사진: 김용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