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밀방
에디터 전효진 차장 디자인 한정민
자료제공 디자인 스튜디오 마움
시간의 켜, 질서와 공존
독립문 건너편, 모든 것이 적당히 낡은 채 드러나 있는 곳, 행촌동에 하얗고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인 비밀스러운 건물이 들어섰다. 브런치 레스토랑 ‘독립밀방’이다.
비밀 제조법을 뜻하는 ‘밀방’이라는 이름처럼 정체를 숨기고 있지만, 담장 일부를 오려낸 듯한 입구 너머로 언뜻언뜻 보이는 담장 안의 모습은 오가는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담장 안쪽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갈대가 무성한 자연이 펼쳐져 있고, 한옥 두 채가 과거와 현재 모습을 모두 갖고 있다. 모서리가 닳아버린 나무 기둥과 처마, 색 바랜 기와와 벽돌은 지난 시간의 흔적들을 한껏 머금고 있다.
빼곡히 채워진 부지 안에 여백과도 같은 중정은 바람과 그늘을 품으면서 시시각각 다른 풍경을 빚어낸다. 과거와 현재가 중정에서 자연스럽게 마주하며, 독립밀방만의 새로운 시공간적 질서를 만들어 낸다.
‘ㄱ’자 형으로 배치된 두 건물은 서로 맞물려있으나, 다른 시간을 갖는다. 한쪽은 한옥의 목구조물을 원형 그대로 살려 시간을 드러내고, 다른 한쪽은 목구조물에 한지를 덧대어 나뭇결은 남기되 그 안에 녹아있는 시간은 지워냈다. 시간을 드러낸 공간에는 밝은색 가구를, 지워낸 공간에는 묵직한 색의 가구를 배치하여 전체적인 균형을 맞췄다.
한옥 옆에는 비밀의 방도 있다. 담장 뒷면이 거울로 뒤덮여 중정과 한옥의 모습을 비추는데, 둘러싸인 느낌이 포근한 방 같다.
‘숨기다’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사실이나 사물을 아무도 모르게 감춘다는 뜻이다.
독립밀방에서의 ‘숨김’은, 소중히 간직하고 싶은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방법이다. 지나간 시간의 가치를 조금 더 비밀스럽게 드러내며 다른 시간과 풍경을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작품명: 독립밀방 / 위치: 서울특별시 종로구 행촌동 209-11 / 설계, 시공: 디자인 스튜디오 마움 / 디자인 팀: 최민규, 김연종, 이정환, 김인동, 심재용, 문지인, 신세현, 이명원 / 조경: Fond Plant – 김도연 / 면적: 212.96m² (64평) / 마감재: 바닥 – 지정 원목 마루, 바닥 지정 카펫; 벽체 – 지정 한지 배접, 기존 타일 및 콘크리트 샌딩; 천장 – 지정 한지 배접, 한옥 천정 오일스테인, 지정 컬러 도장 / 완공: 2019.11 / 사진: SOULGRAPH – 진성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