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프라하의 새 랜드마크가 될 ‘블타바 필하모닉 홀 국제설계공모’ 결과가 발표됐다. 당선팀은 덴마크 건축 스튜디오 비야케 잉겔스 그룹(이하 BIG)이다.
필하모닉 홀은 프라하 시내를 가로지르는 블타바 강 바로 앞에 자리한다. 프라하를 대표하는 명소에 들어서는 문화시설인 만큼, 공모에는 5개의 지명 초청팀(딜러 스코피디오 + 렌프로Diller Scofidio + Renfro, 스노헤타Snøhetta, 아뜰리에 장 누벨Ateliers Jean Nouvel, 데이비드 치퍼필드 아키텍츠David Chipperfield Architects, 사나SANAA)을 포함, 25개국에서 총 115개 팀이 참여하여, 이번 프로젝트에 대한 높은 관심을 증명했다. 1차 심사를 통해 19개의 최종 후보작이 가려졌고 치열한 경쟁 끝에, 지붕을 포함한 야외 테라스를 이용해 필하모닉 홀 주변을 모두에게 개방하는 전략을 펼친 BIG가 우승을 거머쥐게 됐다.
심사위원장인 미카엘 세드라익Michal Sedlacek은 우승작에 대해 다음과 같은 평을 전했다. “현재 필하모닉 홀 부지는 사람들의 만남을 장려하기보다는 방해하고 있다. 때문에 우승작을 선정할 때 건축물뿐 아니라 주변 공공공간에 대해서도 고려했다. 건물 동쪽에는 새로운 도시공원, 서쪽에는 광장이 조성될 것이며, 남쪽 블타바강이 자리하고, 북쪽은 현재 재개발이 한창인 부브니-자토리Bubny-Zatory 구역에 열려있다. 즉, 모든 방향에서 접근 가능한 필하모닉 홀은 블타브스카 거리Vltavska street의 활기찬 구심점이 될 것이다.”
당선작의 가장 큰 특징은 광장에서부터 시작되는 연속적인 지붕이다. 계단 형태로 만들어진 야외 테라스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내부로 들어가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건물 꼭대기에 다다르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프라하의 도시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이러한 구성에 대해 비야케 잉겔스는 “블타바 필하모닉 홀은 강둑에서 옥상까지 이어지는 길과 같은 건물로, 이러한 여정을 통해 도시와 대중을 음악 속에 융합시킨다”고 설명했다.
목재가 외부 데크와 내부에 두루 쓰인 점도 주목할 만하다. 동일한 재료가 외부로부터 내부로 스며들면서, 필하모닉 홀 주변을 개방하고 연결한다는 주제를 한층 더 직관적으로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주요 외장재로는 유리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예로부터 블타바강 인근에서 유리공업이 발달되어 있다는 점을 반영한 것으로, 프라하의 지역성을 나타내는 요소가 되고 있다.
블타바 필하모닉 홀은 프라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체코 필하모닉의 거점이 될 예정으로, 설계안에는 이들을 위한 공연장 및 연습실, 교육 시설 등이 풍부하게 포함되어 있다. 주요 이용자인 이들은 심사 당시 초대되어 작품 선정에 의견을 보태기도 했다.
물론 클래식 관계자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도 폭넓게 끌어들일 수 있도록, 프라하 시립도서관의 크리에이티브 허브를 비롯해 식당, 카페 등의 다양한 편의 시설도 갖추고 있으며, 교육시설에서는 대중을 위한 음악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필하모닉 홀 북쪽에 위치한 부브니-자토리 지역은 프라하의 주요 재개발 지역으로, 공사가 완료되면 11,000개의 아파트에 25,000명의 거주자가 새로이 유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2032년에 완공될 새로운 랜드마크에서 흘러나올 음악이 도시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길 기대한다. 글 / 박정란 기자, 자료제공 / Link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