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22-07-08
북한의 건축 사람을 잇다
다시 보는 남북 교류·협력
하루가 멀다고 들려오는 물가 상승과 얼어붙은 경기 소식으로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는 요즘. 안타깝게도 정치 또한 마음은 내려놓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북핵 문제에 코로나까지 겹치면서 남북 관계는 얼어붙었고 교류와 협력은 모두 옛말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언젠가는 풀어가야 할 숙명적 과제인 ‘남북관계’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남북 경헙사업 건축전문가가 펜을 들었다.
20년 이상 대북 사업에 참여해 온 저자는, 총 세 개의 챕터로 나누어 그간의 오랜 경험에서 얻은 지식과 자료들을 체계적으로 소개한다.
첫 장 ‘다시 보는 남북 건설 협력사업’에서는 1980년대 말부터 시작돼 30년 이상 진행됐음에도 내용은 잘 알려지지 않았던 남북 건설 협력사업들을 소개한다. 경수로 지원, 금강산 관광, 평양과학기술대학교와 같이 잘 알려진 사업에서부터 천덕리 살림집 건설 등 일반인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사업까지, 다루는 프로젝트의 범위는 다양하다. 총 13개의 사업을 되돌아보며 각 사업의 배경, 진행 과정, 성과를 소개하는데, 특히 사업 추진 중 겪은 어려운 고비들과 북한 측과의 협의 과정에 대한 내용도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우여곡절 가운데서도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던 비하인드 스토리는 향후 북한 개발과 건설에 관심이 있는 이들은 물론, 대북사업을 담당하는 실무자들이나 남북 경협에 관심 있는 모두에게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다. 그 외에도 금강산 온천, 봉수교회, 신계사 복원 등, 북쪽과 남쪽 사람이 힘과 지혜를 모아 만들어낸 여러 건축물들의 이야기는 감동을 더한다.
두 번째 장의 주제는 ‘북한의 외자유치 정책’이다. 1980년대 이전부터 현재까지 시기별로 나누어, 북한의 경제 상황과 국제 정세를 짚어보고 북한의 경제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지 살핀다. 북한에 투자가 가능해지면 중국, 일본, 러시아, 싱가포르 등 주변 국가에서도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해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북한의 경제 정책과 상황에 대한 이해는 우리의 사전 전력을 키우는 데 충분한 도움이 될 만하다.
마지막 장에서는 북한의 주요 교역국이자 서방 국가와 외교적 창구 역할을 해온 싱가포르를 살펴본다. 싱가포르는 권위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시장경제를 통해 경제성장을 이룬 독특한 국가다. 북한이 싱가포르식의 개발 방식과 투자 유치를 원한 것도 체제 유지와 경제 발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자 하기 때문. 이 장에서는 국가 차원에서 추진한 싱가포르의 해외 도시 개발 사업 사례를 비롯하여, 건설뿐 아니라 행정 시스템과 주민 생활 및 사회구조 변화까지 포괄적으로 다루는 싱가포르식 도시 개발의 면면을 상세하게 들여다본다. 향후 남북 교류, 협력의 방향과 전략 설정에 많은 시사점을 주는 내용이다.
남북 경협은 1980년대 말 간접교역으로 시작되어 2016년 개성공단이 중단되기 전까지 25년 이상 다양한 형태로 지속되어 왔다. 남북을 둘러싼 국제 정세와 코로나 등으로 인하여, 현재로서는 회복의 기미가 불투명하지만, 경제 재도약과 국가 안보를 위해서라도 남북관계의 개선은 필연적이다. 언젠가 재개될 남북 교류 협력을 기대하며, 이 책과 함께 북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