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연구 내용을 토대로 만들어진 이 책은 ‘600년 역사수도 서울은 충분히 서울다운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서울은 조선 시대 600여 년간 수도의 역할을 한 역사적 도시다. 고려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그 역사는 1,000년에 이르며, 한성백제부터 서울의 역사로 보면 무려 2,000년의 역사를 가진 도시라 볼 수 있다. 찬란한 역사에 비해 오늘날 서울의 모습은 어딘가 모르게 쓸쓸함이 묻어나는, 뚜렷한 정체성을 잃어버린 세계 여느 대도시와 다를 바 없어졌다.
우리나라는 서양의 외압으로 시장이 개방되었고, 그 이후에도 일제의 수탈과정 속에 근대화를 겪었다. 그때부터 시작된 무분별한 개발은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다.
이 책은 서울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봄으로써 그동안의 도심부 정책의 득과 실을 따져보고, 이를 기반으로 앞으로의 도심부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한다. 책 전반부는 서울의 정체성을 찾는 방안에 대해 다루고, 후반부에는 보다 구체적인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책은 총 여섯 개의 장과 부록으로 구성된다. 1장 ‘정체성으로 본 도시’에는 정체성의 관점에서 도시의 역사를 풀어낸다. 정체성의 관점에서 도시를 보는 것은 도시의 연속성을 만들어나가는 데 매우 유용한 방법 중 하나다. 2장과 3장이 과거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면, 4장은 현재를 다루고 있으며, 5장은 미래를 담고 있다.
서울연구원 도시공간연구실장을 역임하면서 지난 10여 년간 서울 도심부에 관련된 연구와 정책 수립에 관여해 온 저자는 무엇보다 인문사회학적 지식을 기반한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저술했다.
한성의 역사적 변천사를 바탕으로 동서양 타 도시와 비교하기도 하고,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의 설문조사 결과를 소개하면서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만한 시각적 자료 또한 곳곳에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 또한, 그간 한성에 대한 연구가 분야별로 진행되었다면, 이 책의 연구는 정치, 경제, 사회적 변화 등 각기 다른 분야의 연구를 통합한다는 점에서도 특히 주목할 만하다.
이렇듯 이 책은 한성의 정체성 회복이 가지는 의미를 되짚어보는 계기로서 큰 의미가 있다. 최근 관심이 증대되고 있는 서울의 정체성을 찾는 데 도움을 주고 앞으로 도성 지역의 역사성을 회복하는 데 수행해야 할 과제에 대한 문제를 던지는 이 책은, 일반인에게는 전통과 발전의 문제를 상기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며, 전문가에게는 그러한 시책 마련을 위한 자료로 활용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