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세계유산축전 주제관
만송정을 바라보는 하회마을 내 민속놀이마당에 은색 비계와 흰 거푸집으로 만든 임시 건축물이 들어섰다. 올해로 3회를 맞는 <2022 세계유산축전: 경상북도 안동·영주>의 주제관이다. 세계유산축전은 우리나라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역사적 가치와 고전적 미를 동시대 예술가, 건축가, 작가들의 이야기로 경유해 세계유산의 문화 예술적 가치를 가시화하고 미래로 확장하는 행사다. 9월 3일부터 25일까지 경상북도 안동시와 영주시의 세계유산 6곳에서 전시, 공연,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가운데, 안동 하회마을 주제관에서는 ‘이동하는 유산World Heritage In Transit‘이라는 주제로 기획전시가 열린다. 전시에 참여한 예술인 7팀의 다양한 작품은 주제관의 서로 다른 성격과 크기의 공간에서 유기적으로 어우러진다.
설계를 맡은 이로재 건축사사무소는 주제관의 내·외부 공간을 긴밀하게 연결해 다양한 공간이 하나의 집합체로서 기능하도록 계획했다. 가운데 통로를 두어 두 전시 공간을 연결했고, 아트숍, 창고와 같은 보조 공간에도 창을 두어 하회마을과 주변 풍경을 조망할 수 있도록 했다. 반 외부 공간의 여백을 마련한 것이다. 약 한 달간의 임시건축물이기에 비계와 거푸집 등 가설 건축자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전시가 끝나면 회수가 용이하도록 했다. 세계유산과의 공존과 비움의 미학을 실천하는 모습이다. 행사 기간 동안 세계유산축전 주제관이 하회마을 안의 작은 마을로서 본 행사에 녹아들기를 기대한다.
주제관에서 펼쳐지는 기획전시 <이동하는 유산>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등재 기준인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기반해 7팀의 예술가의 시선으로 안동과 영주가 지닌 세계유산의 예술적 가치를 다채롭게 사유한다. 세계유산의 역사와 고유한 전통을 동시대 문화예술의 관점과 물성으로 면밀히 접근하여 현재의 우리와의 상호관계를 보여준다.
중앙 통로의 비계에 매달린 <교감의 잎사귀들>은 자연과 어우러진 안동과 영주의 세계유산을 ‘자연이 건축한 식물 공간’으로 개념화한 작품이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통로로써 재해석한 식물 기반 설치 작품은 이곳을 방문한 관람객들이 꿈과 현실, 과거와 현재가 중첩되는 새로운 차원의 공간성을 경험하도록 한다. <이름이 불려오는 곳>은 안동과 영주지역의 전통가옥과 서원에 보존된 다수의 유교 현판에 주목한다. 유교 현판의 이미지와 현대적 공간에 맞춰 새로 제작한 현판의 이미지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만든다. ‘하회탈’의 고정적인 이미지를 탈피해 현대적으로 해석한 PFP(Profile Picture)형 제너레이티브 NFT 프로젝트인 <TAL 4567>, 자연과 인간의 모습을 동시에 반영하는 산수화의 시·공간성을 병풍 양식으로 응용한 <산수 미로>, 산사와 서원, 하늘과 땅의 조화로움을 연결하며 수천 년 문화유산에 내재한 영원성과 그 안에 미래로 향한 한국인의 숨을 담고 있는<산사 시리즈>에 이어,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학습해왔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행위인 언러닝을 단순한 데이터가 아닌 시각과 촉감을 이용하여 우리 시대의 문화유산과 과학기술과의 관계망을 감각적으로 해석한 <언러닝 파빌리온>, ‘여행 대리자’가 되어 병산서원을 방문한 안마노 디자이너의 영상과 대리 체험으로 생성된 김유림의 텍스트가 담긴 <이동하는 유산>, 글이 쓰이고 머문 장소였던 서원과 글을 둘러싼 여러 장소를 통과해 나가는 시 ‘통로’가 움직이는 자취의 여백을 좇은 동명의 설치 작품 <통로>까지 만나 볼 수 있다. 글 / 박정란 기자
작품명: 2022 세계유산축전 주제관 / 위치: 경상북도 안동시 풍천면 하회리 / 설계: 이로재 건축사사무소 / 설계팀: 승지후, 엄기범, 김은혜 / 시공: 아트앤피플 / 건축주: 세계유교문화재단 / 용도: 임시 전시관 / 대지면적: 2,023m² / 건축면적: 405.7m² / 높이: 7.4m / 구조: 경량철골조(강관비계 가설구조) / 설계기간: 2022.4~7 / 시공기간: 2022.7~8 / 사진: 이재욱 (세계유교문화재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