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의 공공적 가치를 구현하고 시민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 기여한 서울 시내 건축물에 수여하는 서울시 건축상의 수상작이 발표됐다. 올해는 대상 ‘문화비축기지’를 비롯하여 최우수상 4작, 우수상 6작까지 총 11개의 건물이 선정되었다.
대상작인 (주)알오에이건축사사무소허서구의 ‘문화비축기지’는 마포구 성산동에 자리 잡은 복합문화공간이다. 폐산업시설인 석유비축기지를 개조하여, 역사적 의미를 보존하고 도시 재생의 의미를 되새겼다. 석유를 보관하던 5개의 탱크는 공연장, 전시장, 다목적 파빌리온으로 탈바꿈했고, 새롭게 지은 탱크 1개에는 정보교류센터가 들어섰다. 산업화의 산물인 탱크의 이미지와 부지의 제약 조건에도 불구하고, 탱크 구조 특성을 잘 살려 문화 공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았다.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이 어우러지도록 공간을 연출한 점이 주목할 만하고, 공간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기대가 되는 작품이다.
최우수상에는 (주)건축사사무소 인터커드윤승현의 ‘서소문역사공원 및 역사박물관’, (주)해안건축 + David Chipperfield Architects데이비드 치퍼필드의 ‘아모레퍼시픽 본사’, 건축사사무소 moldproject홍영애의 ‘무목적(無目的)’, (주)종합건축사무소시담김시원의 ‘KB청춘마루’가 선정됐다.
‘서소문역사공원 및 역사박물관’은 장소성, 상징성, 역사성이 공존하는 대지에 건축의 공공성을 완성도 높게 표현했다. 서소문역사공원 자리는 조선 후기 많은 수의 천주교도와 동학교도가 희생된 공간으로, 이들을 기리는 의미에서 기존의 서소문 근린공원을 크게 바꿨다. 지상부는 시민이 이용하는 공원 시설로, 지하는 전시와 추모 공간 등 종교적 상징성을 담아낸 공공 시설로 구성되었다. 특히 지하 공간의 빛과 동선을 이용한 공간 표현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아모레퍼시픽 본사‘는 기업의 사옥이지만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저층부는 시민들을 위한 상업 공간과 문화 공간으로 개방되었다. 특히 1층에는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이 들어서 지역 사회와 소통하는 공간으로 기능한다. 용산역 주변의 도시 풍경을 끌어들이는 듯한 건물 외관과 공간의 존재감이 건축을 통해 압도적으로 표현된 것이 인상적이다. 단순한 형태 안에서 풍부한 공간을 계획한 점과 건물 내외부를 관통하는 경관을 연출한 점, 높은 건축적 완성도에서 호평을 받았다. 이 작품은, 당해년도 건축상 수상작 중 시공이 우수한 건축물 수여하는 건축명장에도 선정됐다.
‘무목적(無目的)’은 서촌에 세워진 복합문화 건축물로, 핸드메이드 소품 편집샵과 사진 스튜디오, 갤러리, 카페가 각 층에 들어선 곳이다. 소규모 대지임에도 전면 도로와 후면 골목을 연결하여 공공성을 확보했으며, 서촌이라는 공간에 잘 녹아든 건물 형태가 돋보인다. 내부 공간 활용 및 마감재 사용에서 섬세한 감각이 도드라졌다는 평가를 얻었다.
‘KB청춘마루’는 민간소유 건물임에도 홍대 앞이라는 공간 특성에 맞춰 공공성을 극대화한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홍대 ‘걷고 싶은 길’에 위치한 건물은 1968년 KB국민은행 서교지점이 있었던 곳으로, 리모델링을 거쳐 지나가는 사람들이 잠시 쉬어가는 장소로 다시 태어났다. 계단을 매개로 공공성을 표현했으며, 외국인 관광객들을 비롯한 유동 인구가 많은 홍대의 지역 명소로 거듭날 것이다.
우수상은 일반 5점, 녹색건축 1점으로 총 6점이 선정되었다. 일반에서는 주.더시스템랩건축사사무소이충렬의 ‘우란문화재단’, 주.공간종합건축사사무소이상림의 ‘사비나미술관’, 주.터미널7 아키텍츠건축사사무소조경찬의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주.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박도권의 ‘서울식물원’, 에이앤엘스튜디오건축사사무소신민재의 ‘얇디얇은 집’, 녹색건축에서는 주.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김태만의 ‘더 넥센 유니버시티’가 선정되었다.
한편 전문가 심사와는 별도로 진행된 시민 투표 결과에 따라 상위 세 작품에는 시민공감특별상이 수여됐다. ‘사비나 미술관’이 가장 많은 표를 받았으며, ‘서소문역사공원 및 역사박물관’과 ‘서울 식물원’이 각각 그 뒤를 이었다.
시상식은 2019 서울건축문화제 행사의 하나로 오는 9월 6일 문화비축기지에서 개최되며, 수상작을 사진 등으로 만나볼 수 있는 전시도 9월 6일부터 22일까지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린다. 자료제공 / 서울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