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건축은 1984년에 창립해 ‘건축의 본질에 대한 추구, 최고를 향한 열정’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건축 전반에 걸친 업무를 수행하는 종합설계사무소다. 작년 2015년은 창립 30주년이 되는 해로, 이를 기념하기 위해 사무소의 모든 것을 담은 책이 발간됐다.
2년여의 준비를 거쳐 완성된 ‘보통의 건축’은 기타 다른 작품집이나 기념도서와는 달리 건축 현장에서 느끼는 고민과 그 대안에 대해 다룬다. 그동안 범건축에서 작업한 작품들을 기록하는 책이지만 인터뷰와 대담, 외부 비평 등을 통해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고, 현재를 살아가는 다수의 건축인들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이슈를 제시했다.
책에는 범건축의 역사가 시작된 시점부터 지난 시간을 되짚어 보는 대화가 오고간다. 지금과는 다른 아날로그 방식으로 설계를 진행하던 시절, 범건축은 강남 영동시장 근처 작은 사무실로 시작했다. 로컬 건축사무소로 큰 규모의 프로젝트에 여러차례 참여한 것이 대형 사무실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후 해외 협업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다양한 실적을 올리게 된다. 이를 통해 범건축이 내세울 수 있는 강점이 생겼다. 한편으로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디지털 도구를 이용한 비정형 디자인에 대한 노하우를 쌓아 건축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도록 끊임없는 노력을 계속 해왔다.
물론 지금의 자리에 이르기까지 앞만 보며 달려온 것은 아니다. 그 시간을 보내면서 범건축의 정체성과 건축가로서의 위치에 대한 고민은 계속되어 왔다.
범건축은 지금까지는 성장을 향한 밑거름을 만들어온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30주년을 기점으로 배운 것을 토대로 스스로 생산하고 창조해내는 방향으로 나아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형 설계사무소가 변화하는 과도기인 지금, 30주년을 맞은 범건축은 중요한 기점에 놓여있다. 이들이 지키나가려는 여러 가치가 앞으로 어떻게 맞물려 나갈지가 새로운 숙제가 될 것이다.
이 책은 범건축의 역사를 총망라하여 살펴보고, 한국 근현대 건축을 이끌어온 설계사무소가 지나온 길을 되돌아본다. 그 과정 자체는 설계 현장에서 발생하는 이슈를 짚어보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이를 통해 중대형 설계사무소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