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 가는 20세기의 한국 건축을 재조명하고, 건축 문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기 위해 설립된 목천건축아카이브는 지난 2013년부터 한국현대건축의 기록을 책으로 담아냈다.
원로 건축가 김정식을 시작으로 윤승중, 4.3그룹 등의 구술집을 펴냈고, 이제 여섯 번째 주자로 건축가 김태수의 이야기를 듣는다.
재미 건축가 김태수는 1936년 만주 하얼빈에서 태어나 서울대 건축공학과를 거쳐 1961년 예일대학교 건축학 석사 과정에 입학했다. 국내에서 대학 교육을 마치고 유학을 떠난 최초의 건축가이자, 향후 국내로 귀국하지 않고 미국에서 계속 활동한 첫 번째 한국인 건축가이기도 하다. 주로 미국에 기반을 두고 활동했으나, 국내 대규모 프로젝트인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설계공모에 당선되면서 한국에서도 작품 활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조각적인 건축보다는 대지가 갖고 있는 숨은 구조와 공간의 시퀀스를 중요시한 그의 건축은 소박하고 차분한 한국적 정서를 담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밴블록 주택’, ‘미들버리 초등학교’, ‘해군 잠수함 훈련학교’등 다수의 미국 작품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교보생명 천안 연수원’ 등의 한국 작품이 있다.
구술집은 총 7장으로 나뉘어 김태수의 일대기를 면밀하게 담아낸다. 1장 ‘유년기에서 서울대 재학까지’를 시작으로, 2장 ‘1960년대: 예일대 유학과 필립 존슨 사무실 근무’, 3장 ‘1970~80년대의 활동: 국립현대미술관 외’가 이어진다. 그리고 4장에서는 한국 사무실 작업 및 다수의 미국 교육시설 프로젝트를 포함한 1890~90년대 작품을 소개한다.
5장에는 1990년대 말 이후의 활동과 그가 내세우는 건축론이, 6장과 7장에는 ‘한국 건축계와의 교류/사무실의 파트너들’, ‘한국 건축계 지원사업과 가족이야기’가 등장한다.
이번 책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김태수 회고전과 시일을 맞춰 발간됐다. 전시는 관람객에게 재미건축가 김태수의 일대기를 재조명하고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다. 연대순으로 정리된 전시를 감상하는데 이 구술집은 좋은 참고서가 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미국과 한국을 넘나들며 인정을 받았던 건축가 김태수의 건축세계뿐만 아니라, 양국의 건축 교육과 직업윤리 및 건축관의 차이도 주목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