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이미 수차례의 책에서 주제로 다뤄졌지만 끊임없이 재해석된다. 한국 주거의 역사, 내 집 마련하기, 셀프 인테리어 등 집과 관련된 이야기만 수 만 가지가 등장한다. 그 이유는 집이라는 공간이 우리 삶의 질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갖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집의 모습은 당시의 시대상황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로 남는다.
책의 부제는 ‘집의 공간과 풍경은 어떻게 달라져 왔을까’로, 한국 전통 주거 공간에서 오늘날까지 그 변화의 과정을 이야기한다.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실에서 방으로 이름을 바꾼 이유, 집 안 공간의 중심 변화, 화장실이 내부로 들어온 과정 등 집 안 구석구석에 대한 역사부터 되짚는다. 우리가 평소에 알고있던 주거양식의 변화 과정을 다시 한 번 정리한다.
2부는 집의 생김새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의 삶의 공간이 한옥에서 양옥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한국전쟁, 건축법의 변화 등과 관련하여 보다 설득력있고 생생하게 설명한다. 특히 문간방과 다세대주택, 단칸방과 고시원에 대한 비교는 한국 주거 모습에서만 볼 수 있는 형태로 사회적 문제들과 깊이 연관된다. 책 속에서는 이와같이 비슷한 모습을 가진, 서로 다른 집의 모습을 비교하고 소설 속 인물들의 생활과 연결지어 우리의 모습을 비춘다.
책, 집은 본문 사이사이에 들어가는 인용구로 매력을 더한다. 각기 다른 시대에 쓰여진 한국의 소설, 시, 신문 등 다양한 매체에서 다뤄졌던 이야기가 곳곳에서 등장한다. ‘과거 우리의 주택은 한 개의 공장이었다. 콩을 사다가 메주를 쑤어 간장, 된장을 담그고 또 시골에서는 두부까지 만들며, 배추를 사다가 김장을 담그고, 이러한 음식물을 한 주택 안에서 모두 만들어내었다.’ 책 안에서 엿볼 수 있는 집과 관련된 당시 생활상의 이야기다. 한국의 주거모습에 대한 외국인들의 흥미로운 시선 또한 볼 수 있다. 쪽방촌, 고시원 등 어디서도 볼 수 없던 주거 형태에 대한 생각을 가감없이 말한다.
집 안 공간의 모습에서 시작한 글은 더불어 사는 모양새의 변천사를 담은 3부로 끝을 맺는다. 한국형 주거의 특징이자 문제로 손꼽히는 수 많은 아파트 단지의 모습과 그로인해 사라지고 있는 이웃의 의미 등을 다룬다. 동호인주택, 실버타운 등 사회변화에 따라 움직이는 미래 주거의 모습 또한 더해져 각 개인과 사회가 앞으로 함께 고민하고 풀어야 할 집의 모습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