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오희진 인턴기자
서울의 근·현대사가 살아 숨 쉬는 세종대로 옆, 과거 조선총독부 체신국 건물이 있던 자리에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이 지난 3월 문을 열었다.
지상 1층, 지하 3층으로 이루어진 건물 위에는 누구에게나 열린 옥상 공간 ‘서울마루’가 마련되었다. 세종대로보다 약 3m 이상 높은 지점인 서울마루에서는 새로운 눈높이로 주변에 산재한 근현대 문화재들을 둘러볼 수 있다. 남쪽으로는 덕수궁, 북쪽은 서울시의회, 서쪽은 성공회 본당, 동쪽은 서울시청, 서울도서관, 서울광장 등 서울의 역사와 도시를 이루는 다양한 켜와 마주하게 된다.
한옥에서 ‘마루’는 모든 동선이 거치는 일상생활의 중심이자 거점 공간이며, 비일상의 생활도 함께 영위되던 공간이다. 서울의 근·현대사를 잇는 길의 중심이자, 바쁜 일상 속에서 휴식과 여유를 주는 비일상적 공간인 이곳을 ‘서울마루’라 부르게 된 이유다.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은 서울마루를 시민과 관광객들이 편히 머물며 일상을 함께 향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개선하고자 ‘서울마루 2019 디자인공모’를 개최했다. 역사적 배경과 정체성, 주변 맥락을 살리는 동시에,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이 다가오는 9월에 있을 ‘2019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개최 장소인 만큼 이와 연계한 다양한 활동과 활용 방안을 제시할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두 달에 걸쳐 진행된 끝에 지난 8월 5일, ‘잉어_ing_er(김다예, 전기원, 최수연)’의 ‘소풍 지붕’을 당선작으로 발표했다.
당선작은 풍선과 다양한 아티팩트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는 공간을 제안했다. 놓여 있는 짐볼을 튀기거나 로프를 잡아당겨 풍선들을 움직이며 파동을 일으키는 식이다. 사용에 따라 흔들리는 풍선은 주변 어디에서든 한눈에 보이면서도 기존의 풍경과 맥락을 가리지 않는다. 또한, 애드벌룬과 짐볼, 빈백이 조명, 그늘막, 장난감, 의자 등의 기능을 충족하며 모두가 어울리는 축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풍선이 가득한 옥상 정원에서 시민들은 지나가던 길에 잠시 쉬어가며 놀거나 심포지엄, 영화 상영 등 대규모의 공연까지도 관람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된다. ‘소풍 지붕’을 통해 서울마루는 시민의 상징적인 일상 공간이자 비엔날레의 구심점으로 거듭날 것이다.
이 안에 대해 토마스 보니에르 심사위원은 “가벼우면서도 눈에 띄고, 심지어 장난기 있는 디자인에 매료되었다”는 심사평을 남겼고, 유현준 심사위원은 “가장 절제된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시민과 바람의 움직임에 의해 계속해서 바뀌는 풍경이 비엔날레 파빌리온으로써 축제 분위기를 연출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했다.
당선팀은 서울마루에 작품을 설치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며, 상금 3천만 원과 설치 비용 1억 원을 받는다. 실시설계와 제작 준비는 9월 초까지 이루어지며, ‘2019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개최 하루 전인 9월 6일에 설치가 완료된다. 자료 제공 / 서울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