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소원 기자
기사입력 2023-10-25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지난 9월 14일부터 야외전시 ‘하늬풍경’으로 가을철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기후위기 문제를 다루는 이번 전시는 건축가를 포함해 한국, 일본, 중국에서 활동하는 작가 11인(팀)을 초대하여 문화전당 야외 일대에서 설치미술, 새활용(업사이클링) 가구, 친환경 건축 등 다양한 작품을 소개한다. ‘하늬풍경’은 무더운 여름철 불어오는 서늘하고 건조한 서쪽 바람인 하늬바람을 마주했을 때 느끼는 촉각적 감각을 시각적으로 확장해 기후위기를 당면한 동시대인들의 인식을 환기하는 풍경을 제시한다는 의미다.
총 3부로 구성된 전시는, 눈앞에 도래한 환경파괴를 인식∙성찰하고 기후위기 시대의 미학적 실천을 모색한다. ACC의 야외공간은 원경, 중경, 근경이 공존하는 한 폭의 그림이 되어 기후위기 시대의 다층적인 풍경을 보여 주고 있다.
1부 ‘원경: 자연 그대로의 풍경’에서는 드리프트 콜렉티브와 이이남의 작품을 선보인다. 수년에 걸쳐 수집한 유빙의 기록을 보여 주는 미디어파사드 작품을 보며 변해 가는 자연 속,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돌아보거나, 고전 작품을 재해석하여 자연의 숭고함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2부 ‘중경: 인간에 의해 변해가는 풍경’에서는 박훈규+이선경, 서울익스프레스, 스튜디오 1750, 펑지아청의 작품을 통해 인간의 개입으로 변형된 풍경을 그린다. 사라져 가는 빙하의 이름을 새긴 돌을 촬영해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알리고, 환경 변화로 돌연변이가 된 기이한 생물을 주제로 미지의 시공간 속 인공정원을 구현한다. 도시 속 오염된 공기가 안개와 함께 정체되는 도시안개인 ‘달안개’를 통해 실시간 대기오염 상태를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방식도 취했다.
3부 ‘근경: 기후위기 시대의 새로운 풍경’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동시대의 방식을 확인하고, 인류의 미래를 상상하는 기회로 삼는다. 여기서 건축가 박천강은 거대한 그랜드캐노피 아래에 폐기물을 최소화하는 재료인 자연석과 와이어 등을 활용해 건축 구조를 덧입혔다. 안정적이고 고정된 것으로 보이는 구조는 가벼운 바람에도 쉽게 깨지는데 와이어 끝에 달린 풍경이 바람에 맞춰 소리를 울리며 자연은 계속해서 우리 환경에 간섭하고 있음을 알린다. 건축가 김남주, 지강일은 재사용할 수 있는 곡면 콘크리트 제작 기술을 접목한 작품으로 환경에 영향을 덜 미치는 건축의 역할을 탐구한다. 건설폐기물을 최소화함으로써 건축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방법과 미래의 건축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삶것의 설치미술 ‘원심림’은 원시림과 원심력의 합성어로, 원심목과 벤치를 결합한 구조 집합체다. 구조적으로 안전한 지붕을 만들기 위해서 무겁고 반 환경적인 재료를 사용해야 한다는 사실에 의문을 가지고, 가볍고 저렴하지만 바람에 날아가지 않는 지붕을 얹은 나무 형상의 원심림을 제작했다. 지붕은 바람 세기에 따라 형태가 시시각각 변화하며 다양한 크기의 그늘을 만든다.
기후 변화를 위기를 맞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방법과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아이디어를 만나 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11월 19일까지 계속된다. 연계 프로그램으로는 오는 11월 8일, ‘하늬풍경’의 참여 작품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는 ‘아티스트 토크’가 열린다. 일본에서 활동하는 다국적 예술가그룹 ‘드리프트 콜렉티브’를 초청해 지구온난화로 인해 그 모습이 사라져가고 있는 유빙을 주제로 작가들의 유빙 기록과정과 그들이 실제로 목격한 지구의 변화를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는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ACC 누리집(www.acc.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