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바하리야
사방이 허전하게 비어 있는 땅이다. 또렷한 삼각형의 대지 옆으로는 일직선의 영동 고속도로가 나 있고, 그 위를 자동차가 무심하게 질주한다. 근처에 위치하는 물류 창고를 드나드는 거대한 트레일러들만 한 번씩 오갈 뿐이다. 주어진 주변 맥락과 풍경들 대부분이 적막하고 삭막한 인상을 풍긴다. 향기로운 차향과 커피, 달콤한 케이크와 비스킷을 곁들인 즐거운 만남과는 한참이나 멀어 보이는 분위기지만, 건물은 그곳에 카페로 자리하고 있다. 하얀 사막처럼, 혹은 사막 위 유목민의 거처처럼 땅을 덮고 있는 모습에서 대지가 가진 장소성을 수용하고 인정하는 표정과 위로하는 몸짓을 보게 된다.
손님을 유도해야 하는 상업시설인 만큼 고속도로에서 인지할 수 있는 공간이기를 바랐을 것이다. 하지만 고속으로 달리는 차 안에서 특이한 형태나 재료가 인지되기는 어렵다. 전체가 하얗게 떠 있는 단순한 형태의 벽으로 시선을 끌려는 의도는 그 때문이다. 그 벽 아래로 길게 개방된 가로형의 통 유리창이 이어져 있고, 창 안으로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내부의 움직임이 고속도로 위에 실시간으로 전개되는 장면이 그 어떤 디테일보다 효과적으로 시야 안으로 들어온다.
평면은 삼각형의 대지에 정확하게 상응하는 모양으로 앉아 있고, 벽은 대지의 가장 긴 변을 따라 높이 4m에 길이 50m로 떠 있다. 북측으로는 차량이 지나다니는 고속도로의 단순한 움직임이 한눈에 들어오고, 남측 밖으로는 연못과 사막 형태의 정원이 내다보인다. 내부의 얼개는 벽 하나를 중심으로 나누어져 열린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두 영역 사이에 자리하는 벽은 15m 길이로 떠 있다. 속이 비어 있는 이 구조물 상부에는 천창이 나 있다. 그 틈을 타고 들어오는 빛이 내부의 긴 복도를 양분한다. 자칫 인공조명으로 착각될 수 있지만, 하루 동안 빛의 질감과 위치가 시차를 두고 변화되는 것을 경험하며 자연광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인지하게 된다.
전체적으로 단순하고도 대담한 구조와 형태가 강조되고 있다. 카페동과 주택동의 두 건물 곳곳에 이를 더욱 강조하는 요소들이 돋보인다. 얇아지는 슬래브, 매달려 있는 20m 규모의 경사로, T바 형태의 가볍고 경쾌한 기둥들, 풍압을 지지하는 동시에 천막을 걸 수 있는 로드 바와 야외 기둥들 등이 그것들로, 구조와 장식의 두 가지 역할을 모두 넉넉히 해내고 있다.
‘바하리야Bahariya’는 돌이 흩뿌려져 있는 이집트의 어느 사막에서 따온 이름이다. 공간 어디를 둘러봐도 여느 카페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초록의 풍경을 찾아보기 어렵다. 바람에 흩날리는 풀과 꽃나무 대신 하얀색 돌덩이들이 거칠게 뒹굴며 사막풍의 조경을 연출하고 있다. 카페의 조경으로는 낯설고 당혹스러울 정도로 대담한 그 풍경이 단순한 백색 건물과 어우러져 이국적인 정취를 자아낸다.
작품명: 바하리야 / 위치: 경기도 여주시 점봉동 / 설계: 민워크샵 / 설계담당: 이혜미 / 설계팀: 이현주, 김수환, 정겸 / 시공: (주)지음씨엠 종합건설(채동진) / 구조설계: 은구조 기술사사무소(동근욱) / 전기, 기계설계: (주)PCM 글로벌 / 용도: 휴게음식점, 단독주택 / 대지면적: 2,400m² / 연면적: 1276.95m²(휴게음식점), 180m²(주택) / 규모: 지하 1층, 지상 1층 / 높이: 5m /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철골조 / 외부마감: 노출콘크리트, 스터코도장 / 내부마감: 시멘트벽돌, 테라조, 수성페인트 / 설계기간: 2020.5~2021.2 / 시공기간: 2021.3~2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