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현유미 편집부장
기사입력 2023-01-27
인도 출신의 거장 건축가 발크리시나 도쉬가 지난 24일 자택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6세.
1927년 뭄바이 남동쪽 푸네에서 태어난 도쉬는 1950년대 초반 르 코르뷔지에 사무소에서 실무를 쌓은 후 인도로 돌아와 아메다바드 프로젝트를 이끌었으며, 루이스 칸과는 아메다바드 인도 경영 대학 프로젝트의 협업 건축가로 참여하며 인연을 맺었다.
1956년 아메다바드에 건축사무소 ‘바스투 실파’(현재 ‘스튜디오 상가쓰’)를 설립해 오늘날까지 방갈로르, 하이데라바드, 자이푸르 등 인도 전역에 100개 이상의 완공작을 남겼다. 그의 작품은 인도의 기후, 지역 문화 및 공예의 전통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선구적인 모더니즘으로 평가된다.
도쉬는 건축을 신체의 연장선으로 묘사했으며, 재료 선택, 공간 중첩, 자연과의 조화를 중요시했다. “우리 주변의 모든 물체와 빛, 하늘, 물과 같은 자연 그 자체는 모두 하나의 교향곡이다. 건축 또한 이 교향곡과 같다. 내 작업은 끊임없이 탐색하고, 변화하며, 진화하는 내 삶의 이야기다.”
2018년 인도 건축가로서는 처음으로 프리츠커 건축상을, 2022년에는 영국왕립건축가협회(RIBA)에서 로얄 골드 메달을 수상했다.
프리츠커 재단은 24일 공식 성명을 통해 도쉬의 사망을 알리고 애도했다. “도쉬는 1950년대 이후 인도 전역을 비롯하여, 세계적으로 건축 담론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20세기 거장 건축가인 르 코르뷔지에와 루이스 칸의 영향을 받아 인간 삶의 근본적인 욕구, 자아와 문화의 연결, 사회적 전통 사이의 관계를 탐구했다. 건축 환경에 대한 윤리적이고 사적인 접근 방식을 통해 그는 자국의 모든 사회·경제적 계층을 향한 인류애로 세계를 감동시켰고,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노력해왔다.”
“인도에서는 건축을 도시의 필수 요소로 생각하지 않고 부동산으로 본다. 프리츠커 상이 점차 소외되어가는 건축이라는 소명에 경애감을 불어넣어주길 바란다. 우리는 삶의 양이 아니라 질을 생각해야 한다. 그것은 기업, 윤리, 공동체와 같은 오래된 도시에 관한 것으로, 우리가 인도 문화라고 부르는 것이다.” 프리츠커 시상식에서의 이같은 발언은 비단 인도의 건축사회에만 해당되는 말은 아닐 것이다.
발크리시나 도쉬의 대표작으로는 ‘아메다바드 건축학교’(1966, 현 CEPT 대학교), ‘타고르 기념관’(1967), ‘인도 경영연구소’(1977-1992), ‘스튜디오 상가쓰’(1980), ‘아란야 공공주택’(1989), ‘아메다바드 니 구파 갤러리’(1990) 등이 있다.
도쉬는 인도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공공건축과 저비용 주택을 짓는데 앞장섰다. 건축가로서 가진 기술을 이용해 극빈 계층을 돕겠다고 다짐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그의 작업 중에서는 커뮤니티를 위해 설계한 공공 주택 프로젝트가 다수를 차지한다. 인도르의 ‘아란야 저비용 주택 프로젝트’는 원룸부터 대형 주거에 이르기까지 6,500개 이상의 주거 유닛으로 구성된다.
인도 총리 나렌드라 모디는 SNS에 다음과 같은 추모의 말을 남겼다. “도쉬는 뛰어난 건축가인 동시에 훌륭한 단체와 기관을 설립해 인도의 교육환경 기여한 인물이다. 그는 떠났지만 우리의 다음 세대는 인도 전역에 남겨진 도쉬의 건축을 통해 그의 위대함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유가족들은 그를 기억하는 모든 이를 위해 생전 그가 즐겨 했던 다음의 말을 전했다. “아난드 카로 – 인생을 축복하며 사세요, 삶을 사랑하세요.” 사진제공 / 프리츠커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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