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스
Brace
줄기에서 가지가 뻗어나가듯 지그재그로 힘차게 오르내리는 백색 구조물이 단연 돋보인다. 그저 장식으로 덧붙여진 요소가 아니라 건물이 지탱하는 기둥이자 구조체다. 기초에서 기둥으로, 기둥에서 슬래브까지, 구조가 한 층 한 층 뻗어나가 있는 장면이 입면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다.
서울의 신촌과 홍대지역을 연결하는 문화적 요충지에 위치하는 근린생활시설이다. 대지 면적이 40여 평에, 미관지구 3m 선까지 후퇴하다 보면 건축면적은 24평으로 빌딩을 세우기에는 협소하다. 게다가 준주거지역의 대로변에 위치해 있어서 10층 높이의 고층으로 계획되어야 하는 물리적 조건이 전제되어 있는 곳이다. 작지만 높은 건물을 계획하자면, 횡력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어서 기둥의 규모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커지게 된다. 좁은 대지 위 높은 건물을 위한 거대한 기둥, 현실적이지 못한 그 방법의 대안으로 제안된 것이 가새, 즉 브레이스Brace다. 좌우 두 기둥과 상하의 보 또는 토대로 짜인 벽체 구조에서 대각선 방향으로 지른 나무 막대나 쇠 등을 의미하는 개념이다. 힘의 흐름이 수직이 아닌 경사로 연결되는 원리다. 때문에 횡력에 저항하는 힘이 취약한 구조적 약점을 보완하게 되는 방법으로, 강풍이나 지진 등에도 견딜 수 있는 힘이 보강되는 것이다.
구조체는 2개 층이 한 개의 모듈로 구성된 채, 사선 형태의 기둥과 보가 한 곳으로 모였다 벌어지며 공간을 열고 닫는다. 사선 기둥으로 해석한 덕분에 상대적으로 구조체 때문에 폐쇄적이게 되는 외피에 환한 개방감이 부여된다. 모듈 사이에 걸려 있는 슬래브는 텐션 바tension-bar에 매달린 형태로 해석되어 코너에도 기둥이 없는 개방된 공간이 형성되어 있다. 구조적 안정성과 외관상의 개방감을 동시에 확보한 셈이다. 개방감은 평면상으로도 이어져서 작은 규모의 내부 공간이 자유롭게 열려 있고, 도시를 향한 조망도 시원스레 펼쳐진다.
건물의 외피를 감싸고 있는 구조체의 변화무쌍한 형태 자체가 건축적 입체감을 강조한다. 또한, 장식적으로 곁달려 있는 요소와는 차원이 다른 힘찬 역동성과 무게감도 건물 안팎으로 뿜어내고 있다. 구조적 외피와 내부 근린생활시설 사이에 비워진 틈들이 미세하게나마 밀도 높은 도시에 공극의 묘미를 전하기도 한다.
상층부에는 사무실이 계획되어 있다. 내부에 요철이 나 있는 창이 사무 영역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동시에 원활한 채광 효과까지 거둔다. 개방감이 큰 창을 통해 도시의 밤과 낮이 건물 안으로 수월하게 들어온다. 반대로, 내부의 프로그램들이 자연스럽게 외부로 투사되고 표출되어 건물의 외피로 나타난다. 내외부가 서로 유연하게 반응하고 소통하면서 건축물 스스로 생장하고 진화해 가리라 기대하게 된다.
작품명: 브레이스 / 위치: 서울시 마포구 와우산로 179 / 설계: 라이프건축사사무소(한지영, 황수용) / 구조설계: SDM 구조기술사사무소 / 기계, 전기: (주)수양엔지니어링 / 시공: (주)라우종합건설 / 대지면적: 136.70m² / 건축면적: 79.34m² / 연면적: 599.45m² / 건폐율: 58.03% / 용적률: 349.99% / 규모: 지하 2층, 지상 8층 /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 외부마감: 노출콘크리트 / 설계기간: 2018.1 ~ 2018.10 / 시공기간: 2019.2 ~ 2020.12 / 사진: 신경섭, 허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