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 16.52
도로의 선형을 따라서는 완만하게 곡면을 그리고, 바다로의 조망을 마주하는 표정에서는 격한 파도가 일렁인다. 순백색으로 파도치는 입면이 바다 위를 오가는 케이블카와 바다 너머로 보이는 도시와 산과 어우러지며 더욱 입체적이고 동적인 풍경을 만들어 낸다.
배면과 전면의 태도가 이렇듯 다른 것은 대지의 상부와 하부의 높낮이가 크기 때문이다. 대지 상부와 하부가 도로를 끼고 13.5m 정도의 높이 차이를 가진다. 하부는 암남공원 주차장으로 형성되어 있고, 상부는 부산 송도와 연결되는 흐름 중 거의 접점에 맞닿아 있다. 전체적으로 지하 2층과 지상 4층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심한 경사로 인해 지하 2층부터 지상 2층까지는 외부로부터의 진입이 가장 용이해서 주차 및 관리실과 기계실 등으로 설정되어 있다. 3층과 4층은 바다와 그 너머의 도시로까지 시야가 환하게 열려 있는 층으로, 베이커리와 카페가 자리한다. 소위 ‘뷰 맛집’으로서의 명성을 키워 줄 테라스와 옥상까지 카페 공간이 확장되어 있어서 실제 영업 면적이 극대화되고 있다. 법적으로 규정된 건축 면적과 4층 이하로 층수가 제한된 조건 속에서 적절한 사업성을 지닌 용적률을 찾아내기 위해서 경사지가 갖는 잇점에 주목한 것이다.
300여 평이 되지 않는 규모의 대지는 형질이 변경되면서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최대치의 건축면적은 150여평 정도에 불과하다. 법적으로 개발 가능한 경사도 내에서 대지면적이 재구획되면서 이를 기준으로 건축면적이 확정된 것이다. 건폐율 상 대지 내에서 계획 가능한 건축물의 최대 폭은 약 15m 정도다. 이는 주차장의 차량 회전 반경, 주차장 및 통로 규모를 고려할 때 사업성을 만들어 내기 위한 최소의 규모다. 반면, 대지의 형태를 따라 형성된 남측의 삼각형 공간에 코어가 배치된 것은 각 층마다 유효 공간이 마련된 의미로 보여 전체적으로 넉넉하고 여유 있게 다가온다.
‘동해의 파도’와 ‘암남공원의 지층’, 이 두 가지 키워드는 건물의 형태에 접목된 주요 개념으로, 송도와 연결되는 과정 상에 있는 부산 암남동의 지형적 맥락에서 추출된 이미지들이다. 건축의 유닛은 파도로부터 파생되고, 이 유닛을 구축하는 방식은 지층으로부터 파생된 것이다. 파도 형태의 유닛들이 중첩과 회전을 반복해서 거치면서 각각의 레이어를 구성하고, 이 레이어들이 적층을 이루는 형태로 입면이 완성되어 있다. 각 레이어들은 각 층과 프로그램을 구분하는 시각적인 기준점이 된다. 이들 유닛과 레이어는 그 자체가 구조체로 존재하면서 파사드의 형태를 결정하고 동시에 공간을 만들어 낸다. 덕분에 테라스와 내부 공간에서는 파형의 구조체에 의해 바다와 도시와 산으로의 조망이 프레임 지어지며, 해안가 고유의 경쾌하고 역동적인 분위기가 더욱 고조된다.
작품명: EL 16.52 / 위치: 부산광역시 서구 암남동 621-37번지 / 설계: ㈜조호건축사사무소 / 시공: 중아건설㈜ / 건축주: ㈜엘리시아 / 용도: 제2종 근린생활시설 / 대지면적:963.00m² / 건축면적: 561.66m² / 연면적: 2,882.76m² / 건폐율: 58.31% / 용적률: 116.48% / 규모: 지하 2층, 지상 4층 /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 완공: 2022년 1월 / 사진: ROHSP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