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헌
천장과 내벽이 백색으로 곱게 단장하고 있어 고목이 더욱 돋보인다. 오랜 세월의 흐름에도 골격은 잠잠히 그대로다. 아니, 나무의 색감과 결이 한결 짙어진 걸 보면 더욱 견고하고 단단하게 무르익었음을 느끼게 된다. 이 멋스러운 연륜을 두고 별도의 장식을 찾을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안식을 선사기에는 세월을 이겨 온 그 모습 그대로 충분하다.
한옥의 전통성을 갖춘 아름다움과 현대적인 감각을 갖춘 편리함이 결합되어 재탄생된 ‘한옥 스테이’다. 구조물 자체는 옛것과 현대식이 공존하고 있지만, 정갈한 백색 공간 안에 한옥의 골격과 문양이 강조되면서 그저 정통 한옥이 현대적으로 변화되었다는 느낌이 강하다. 특히, 전통 문양 중 유난히 화사한 꽃살 문양이 공통된 코드처럼 공간 곳곳을 소담하게 수놓고 있어 그런 경향이 더욱 강조된다.
꽃은 여닫는 나무 문과 창 곳곳에도 참하게 피어 있고, 소파 뒤 벽면과 침실 한쪽 면에도 다소곳이 자리하고 있다. 현대적인 감각으로도 보이고 동시에 전통적인 감각임에도 틀림없는 꽃이다. 오래된 가옥을 가로지르는 고목들과 매끈한 감각의 선들 사이에 녹아들어서 집안의 유일한 장식 요소가 되고 있다.
전통 담장과 현대 소재와의 만남으로 차별화하고 있는 마당 담장에도 꽃이 자란다. 하얀 바탕 위에 회백색의 꽃살 문양을 박아 넣어 작은 규모의 마당을 아기자기하게 연출하고 있다. 덕분에 마당을 두른 담장은 기능적인 요소 이상의 의미로 내외부 공간에 시각적인 장식 요소가 되고 있다.
대문에서부터 침실, 주방, 식당, 거실, 욕탕, 샤워실, 화장실 순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내부적으로 각 공간들이 이어지며 하나의 공간으로 소통되고, 외부 마당을 향해서도 각 공간들은 개방감을 가지며 열려 있다. 덕분에 창 안으로 빛과 조경이 드리워지는 감성이 산수화의 그것처럼 풍부하다.
작품명: 정가헌 / 위치: 서울특별시 종로구 창성동 98-1 / 설계: 시옷스페이스 / 용도: 한옥 스테이 / 대지면적 : 56.2m² / 건축면적 : 40.8m² / 규모 : 지상 1층 / 완공연도: 2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