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전효진 차장, 김소원 기자
기사입력 2023-07-04
“나의 철학은 일상에서 미처 예상치 못했던 탁월한 매력을 창조하는 일이다. … 난 도시를 사랑한다, 도시란 얼마나 놀라운 장소인가, 도시 환경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창조적 발상의 건축가로 불리는 토머스 헤더윅. 그의 대표작들을 모은 ‘헤더윅 스튜디오: 감성을 빚다’ 전시가 6월 29일, 문화역서울284에서 개막했다. 현대미술 기획사무소 숨 프로젝트와 도쿄 모리미술관이 공동 주최한 전시로, 지난 4월 일본 모리미술관에서 개최되며 큰 관심을 모았던 헤더윅의 건축 세계를 한국에서도 만나볼 수 있게 됐다.
전시는 마치 유럽 대성당을 방문한 듯한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지닌 ‘문화역서울284’ 중앙홀에서부터 시작된다. 홀에 자리잡은 실물 크기의 자율주행 공기 정화 자동차와의 만남을 시작으로, 1층과 2층으로 나누어진 전시장을 옮겨 다니며 서른 개의 프로젝트를 만나게 된다. 드로잉부터 스케치, 모형, 테스트 샘플, 투시도 등, 세상을 바꾸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기 위해 뒤따른 그들의 치열한 연구와 노력의 산물들을 살펴볼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하나같이 혁신적인 이 놀라운 상상력의 결과물들 가운데 ‘감성’이 자리한다는 것. 실로, 물성을 바탕으로 한 독창적인 형태와 디자인이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은 무기였다면, 그 안에 녹아 있는 도시 환경 속 인간에 대한 배려와 공감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무기였다. 헤더윅 스튜디오가 30여 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건축가일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과 자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일상 속에서 예술적 경험을 누릴 수 있게 하는 힘 덕분이 아니었을까?
전시는 8개의 파트로 구성된다. ‘공존하다’, ‘감성의 공유’, ‘조각적 공간’, ‘도심 속의 자연’, ‘과거를 담은 미래’, ‘사용과 놀이’, 그리고 서울전시를 위한 기획 섹션까지, 총 8개의 섹션을 통해 1994년 설립 이래 헤더윅 스튜디오가 선보여 온 대표적인 디자인 작품 30여 점을 소개한다.
‘공존하다’에는 상하이 엑스포 영국 파빌리온 디자인에서부터 204개의 꽃잎으로 디자인한 런던 올림픽 성화대, 오래된 디자인에서 생기는 불편함을 개선하고 가스 배출량을 낮춰 한결 환경적으로 업그레이드한 런던의 이층 버스 ‘루트마스터 버스’ 등, 작은 부분에서도 인간의 감성을 깃들게 한 작업들이 다뤄진다.
‘조각적 공간’에서는 뉴욕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베슬’, 중국의 오페라극장 ‘하이난 아트 센터’ 등을 전시한다. 헤더윅 스튜디오가 선보인 디자인 가운데 가장 크고 입체적이며 조각 작품에 가까운 형태로 가능케 한 공간적 경험을 보여준다.
그 밖에도 1,000개의 기둥이 주변환경과 어우러져 거대한 화분으로 설계된 대규모 복합 개발 프로젝트 ‘1000 트리즈’, 19세기 석탄 창고를 역동적 건축물로 재탄생시킨 ‘콜 드롭스 야드’, 무성한 녹지로 가득 찬 거대한 개방형 공간의 일본 도쿄 ‘아자부다이 힐스’까지 헤더윅 스튜디오가 최근까지 진행한 프로젝트들의 진행 과정을 드로잉, 스케치 노트, 테스트 샘플과 건축 모형, 3D 프린트를 통해서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한국과의 또 다른 인연을 맺고 있는 서울시 한강 노들 글로벌 예술섬 디자인 공모작 ‘소리풍경’과 양양 설해원에 짓고 있는 미술관 ‘코어’도 소개된다.
토마스 헤더윅은 “깊은 역사와 문화로 저에게 많은 영감을 준 특별한 도시 서울에서 헤더윅 스튜디오의 작품들을 선보이게 되어 영광”이라며, “이번 전시가 관람객들로 하여금 우리 주변의 세상을 바라보고 우리가 무엇을 하고 싶고 무엇을 원하지 않는지 더 많이 생각하도록 독려하는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자신만의 철학과 접근방식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 공간을 설계하는 헤더윅 스튜디오의 전시는 9월 6일까지 계속된다. 자료제공 / 숨프로젝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