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 환기
‘맑고 서늘하다’는 의미를 담은 ‘청량’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왠지 이 공간 안에서는 많은 것들이 다르게 다가올 것만 같다. 똑같은 바람이 불어 오겠지만 집안 곳곳을 흘러다니는 그 기운과 향이 더 맑게 느껴질 것 같고, 똑같은 볕이 공간을 데우고 밝히겠지만 그 온기와 환한 정도가 더 진할 것 같다. 덕분에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마당 안으로 발을 들이는 순간 쫓기듯 분주하고 복잡한 일상이 잠시 정지된다. 바깥 세상과는 다른 특별한 시공의 틀 안에 느릿하고 맑게 그리고 고요하게 움직이는 또 하나의 일상이 담기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그간 놓치고 살던 삶의 여백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강릉 시 교동의 도심 속에 위치한 작은 단독 형태의 한옥 스테이다. 재료, 형태, 공간 구성, 모두가 지극히 간결하다. 목재, 콘크리트, 스테인리스스틸, 스톤 등이 어우러진 각각의 재료들이 선과 면으로, 또 기둥과 천장에서 원래의 색감과 재질을 충실히 드러내고 있다. 그 자체가 감각적인 디자인 요소가 되고 있다는 점은 다른 부수적인 디자인 요소를 더한 것보다 더 강하게 공간을 다스린다. 한국인이라면 익숙한 짙은 먹색의 기와 지붕과 처마선이 이렇게나 화려한 장치인가. 정적인 백색 벽면 위에 올려져 있어 선과 색이 상대적으로 더욱 역동적으로 느껴진다.
지붕의 깊은 색감과 동적인 감각은 내부 공간의 천장으로 이어져 흐른다. 지붕 바로 아래 천장이 완전히 노출되어 서까래와 들보, 가느다란 대나무 사이사이 이겨져 있는 흙까지 고스란히 눈에 들어온다. 거친 질감 그대로 굳어 있는 진흙과 고목 특유의 연륜 짙은 감각이 백색의 공간을 적당히 누르며 무게감을 더한다.
전면을 투명한 유리로 열어 놓았다. 수목과 볕이 어우러지는 마당의 정감어린 풍경이 비워진 공간을 풍성하게 채운다. 처마 끝에 비오는 소리와 계절이 지나가는 소리가 걸리고, 바람과 햇살이 소리 없이 드나들며, 시간을 두고 돌과 나무가 멋스럽게 우정을 쌓아 가는 속삭임이 들리는 듯하다. 의미 있게 덜어 내고 비워 내자 비로소 채워지는 더 맑은 것들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작품명: 스테이 환기 / 위치: 강원도 강릉시 임영로 196-6 / 설계: 디자인투톤 / 설계팀: 최현경 / 용도: 숙박시설 / 규모: 지상 1층 / 구조: 철골, 콘크리트, 나무 / 외부마감: 금속, 콘크리트, 나무 / 완공: 2022 / 사진: 최용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