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린 건축 열린 가치
Lifted Architecture Open Value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부터 그리스의 파르테논과 로마의 판테온, 그리고 프랑스의 유니테 다비따시옹까지, 인류에게 감동을 선사했던 대부분의 건축물이 지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단순함이다. 이 건축물들이 강한 기념비성을 발하게 된 근원은, 그리하여 모두의 심상을 울릴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단순함에 있다. 혼돈의 건축이 범람하는 현대 도시에서 근원적 기본 볼륨들을 호출하여 새로운 건축에 적용하려는 것은, 이 형상들의 가치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일 것이다.
‘들린 건축 열린 가치’는 순수 기하학적 형태를 즐겨 활용하는 건축가 이은석의 작품집이다. 원, 삼각형, 사각형에서 출발해 그 원형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건축물이 요구하는 기능을 담아낸, 3제의 대표작이 수록되어 있다.
그는 책 서두에서 “속을 비운 채 들린 단순한 볼륨은 적극적으로 자연과 도시와 역동적인 건축 프로그램들을 환대해 끌어들일 수 있으며, 하늘과 땅, 자연과 도시 그리고 내외부 공간을 향하여 온전히 자신을 열게 된다”고 말한다.
그의 설명처럼 ‘하늘보석교회’는 들어 올려진 삼각형 볼륨 아래로 이웃을 불러모으고, ‘손양원기념관‘은 원형 실린더의 들어 올려진 틈을 통해 자연을 유입시킨다. 계획안인 ‘두바이엑스포 한국관’에서는 사막 지면으로부터 들어 올려진 정육면체를 이용해 풍요로운 시공간을 담아내며, 고요한 전통의 이미지와 새 시대 한국의 역동성을 동시에 표현한다.
크리틱을 맡은 천의영경기대학교 교수는 이은석과 그가 이끄는 코마 건축의 작업을 다음과 같이 평한다. “이들의 작업에는 단순한 시간의 켜가 아니라 ‘현실적 완성도’와 ‘감각적 비약’이 함유된 노력의 축적이 있다. 일반적 누적은 상상력이 부족하다. 하지만 코마는 현실에 기초하면서도 제약을 뛰어넘는 건축 장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더불어 이들의 건축적 특징을 ‘기하 형태’와 ‘개념 동사’로 정의하며, 이 개념들의 잠재력에 주목하여 이은석 작업의 한계와 가능성도 함께 살펴본다.
“인간의 삶과 예술 활동에서 절제하고 최소의 것을 추구하려는 노력은 지혜로운 일이다. 건축 작업에서도 단순함을 지향할 때 비로소 인간과 자연과 빛과 공간이 놓일 자리를 얻는다.”
사진과 도면, 각종 도판, 건축가의 글, 분석적 크리틱까지, 수록 작품의 면면을 꼼꼼하게 다룬 이 책을 통해 ‘열린 가치’를 담아내기 위한 ‘들림의 의미’를 느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