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껏하우스
공간의 주연을 맡은 것은 땅이고, 또 주변의 자연 풍광이다. 건축은 도로와 접한 대지 한 면의 가장자리로 완전히 물러나 있다. 건축이 도로를 가로막고 앉은 덕분에 주연인 땅은 초록의 자연으로 아늑하게 둘러싸인 모습이다. 그 풍경과 안정감이 건축 공간의 수많은 ‘틈’을 타고 자유로이 넘나든다. 그래서 공간은 비어 있는 형상으로도 풍성하게 채워지는 것의 의미를 설명해 준다.
아동 친화 도시인 전주 시와 유니세프가 공동으로 진행한 ‘놀이기구 없는 놀이터 만들기’ 프로젝트다. 놀이기구 없이도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조건이다. 주어진 대지는 전주의 중심 공원인 덕진공원의 일부로, 30여 년 전 야외 수영장으로 이용되던 장소다. 수영장이 없어진 이후로 오랜 기간 방치되던 곳을 다시 활성화시키는 작업이다.
공원이라는 넉넉한 대지, 숲속을 방불케 하는 풍성한 수목들, 연못 등 장소가 제안하는 천혜의 자연 그 자체를 놀이 겸 학습을 유도하는 최고의 교과서로 채택해 놓고 있다. 놀이 공간을 인지시키는 건축적 장치는 단 두 가지, 틈과 프레임이다. 꼭 필요한 실내 공간만이 물리적으로 생성되어 있을 뿐, 최대한으로 확보되어 있는 외부 공간과 달리 실내로 규정되는 공간은 최소의 부피로 자리한다. 그마저도 대부분 내부와 외부의 중간 성격으로서의 사이 공간, 즉 틈으로 존재한다. 틈은 이동의 기능을 위한 공간이기도 하고, 잠시 머무르는 외부 같은 내부 또는 내부 같은 외부 공간이기도 하다. 특별한 활동을 이끄는 공간은 아니지만 가시적 및 음향적으로 통과가 이루어지는 반외부 공간이다. 아이들에게 일방적인 방향성을 제안하기보다 사방팔방으로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전달하는 모습이다.
건축물의 형태는 유연한 곡선으로 변화하며 휘어져 흐르는 박공의 글루램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 그 목재 프레임이 빛을 따라 바닥에 그림자를 그리며 공간의 표정을 변화시키기도 하고, 적당한 그늘을 드리우며 쉼터로 변화시키기도 한다. 또한, 안전을 위한 난간이 되기도 하고, 여러 놀이 활동이 가능하도록 하는 지지대가 되기도 한다. 그네, 집라인 등의 놀이기구로 이루어진 흔한 놀이터가 아니라 자연 속에서 안전하게 간섭 받지 않고 맘껏 뛰어놀 수 있는 터, 공간은 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작품명: 맘껏하우스 / 위치: 전라북도 전주시 덕진구 덕진동 1가 / 설계: 일상건축사사무소 – 김헌, 최정인 / 대지면적: 4,684.180m² / 건축면적: 146.732m² / 연면적: 178.519m² / 규모: 지상 2층 / 구조: 철근콘크리트 / 외부마감: 유로폼노출콘크리트, 글루램 / 내부마감: 친환경수성페인트, PVC타일 / 사진: 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