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의 공간재생 프로젝트 ‘MMCA 과천프로젝트 2021: 예술버스쉼터’가 12월 15일 공개된다.
‘MMCA 과천프로젝트’는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의 야외공간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본격 추진된 프로그램으로, 작년에는 야외조각장 내 잔디밭에 자연과 교감하는 예술적 파빌리온을 조성한 바 있다. 지난해의 성공에 힘입어 올해는 단순한 설치 작품을 넘어, 미술관 방문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공간재생 프로젝트로 그 범위를 확장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개관 40주년인 2026년을 준비하며, 건축가, 디자이너, 조경가 등과의 유기적 협업을 통해 미술관 곳곳을 개선하고 예술적 경험의 무대로 재구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는데, 그러한 측면에서 올해 MMCA 과천프로젝트는 평범한 공간에 새로운 의미를 덧붙이는 작업이자, 장기적으로는 과천관 개관 40주년을 준비하는 선행 작업의 일환으로도 볼 수 있다.
미술관이 선정한 첫 번째 공간재생 대상은 ‘버스 정류장’이다. 버스 정류장이 과천관의 도입부이자 관람객을 맞이하는 얼굴이라는 점에 주목하여, 복잡한 도심으로부터 자연 속 미술관으로 진입하는 여정 사이에 존재하는 ‘전이 공간’으로 바라보자는 것. 그리고 그에 따라 새로운 시선과 관점을 부여한 예술적인 쉼터를 만들어 보자는 게 올해 프로젝트의 목표다. 이러한 목표 하에 지난 9월까지 공모가 진행됐고, 다이아거날 써츠Diagonal Thoughts(김사라)의 ‘쓸모없는 건축과 유용한 조각에 대하여 ( ) function’가 최종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약 두 달여에 걸친 준비를 마치고 새롭게 변모한 버스 정류장은 머무름과 기다림, 사색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미술관으로 향하는 관람객들은 이곳에 앉거나 서고, 침묵하거나 대화를 나누며 각자의 선택에 의한 여러 자세로 장소를 점유한다. ‘기능적인 건축과 추상적인 조각’의 경계를 오가는 작품은 도달하지 않은 장소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을 담는 무대가 된다. 작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사람들의 몸짓이 남긴 보이지 않은 공간에 주목하여 기다림의 장소에 적절한 조형을 설계했다. 이러한 공간적 장치를 통해 사용자들은 서로 다른 움직임과 자세를 취하며 보다 유연한 방식으로 공간을 경험하고 인식을 확장하게 되는 것이다.
또 이번 프로젝트의 연장 선상에서 버스에 탑승하여 미술관으로 향하는 여정, 이동의 감각을 새롭게 확장하는 프로그램 ‘숲의 여정, 미술관 가는 길’도 함께 선보인다. 대공원역에서 미술관 사이 숲길을 따라 미술관으로 진입하는 동안, 공간을 확장하는 명상적 사운드와 기억 속 숲의 내음을 재현한 치유의 향 등 공감각적 장치들이 일상을 새롭게 사유할 기회를 제공한다. 순환버스를 타고 미술관으로 향하는,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되돌아가는 왕복 약 20분의 시간은 이번 프로젝트의 또 다른 시공간적 무대가 된다.
한편, 최종 선정작 외에도 최종 후보군 4팀이 제안한 작업 영상도 공개된다. 이들은 다양한 개별 리서치 작업을 통해 ‘도어스-전이공간’(김종범+김다움), ‘비움, 호기심, 여운의 공간’(이석우), ‘미술관 가는 길’(정수진), ‘그늘막 아래, 평상 위’(정이삭)라는 흥미로운 주제를 도출하여 의미 있는 제안들을 선보였다. 사용자 혹은 관람객의 시선에서 미술관을 마주하는 경험에 대해 다각도로 고민해 볼 수 있는 이들의 제안은 프로젝트 기간 중 국립현대미술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순차적으로 공개된다.
‘MMCA 과천프로젝트 2021: 예술버스쉼터’는 내년 11월 20일까지 계속된다. 새롭게 변모한 버스 정류장이 선사하는 색다른 휴식과 사색의 기회를 만끽해보길 바란다. 자료제공 / 국립현대미술관 (ⓒDiagonal Thoughts, 사진 박수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