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22-12-09
서울건축사
건축으로 읽는 629년의 사회문화사
정치와 경제와 문화, 그리고 우리의 삶이 담겨 있는 건축. 그래서 흔히 건축을 ‘삶을 담는 그릇’이라 말하곤 한다.
뿐만 아니라 한 도시의 역사를 이해하는데도 공간사는 빼놓을 수 없다. 도시가 형성되고 진행되어온 모든 역사를 압축하고 집결한 요약판이기 때문이다.
동서양 건축을 아우르며 인문, 사회, 예술, 공학 등 분야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관점을 선보여온 건축사학자 임석재 교수가,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 자리하고 있는 건축물들을 통해 한국의 사회문화사를 되짚어보는 책 ‘서울건축사’를 출간했다.
저자는 약 400여 채의 서울의 건축물을 그것이 지어진 시대와 연관해 서술하며, 조선시대부터 대한제국, 일제강점기, 해방기를 지나 오늘에 이르기까지 무려 629년간의 역사를 설명한다. 특히 삼국시대부터 치열한 이권 다툼이 벌어졌던 서울이 어떤 과정을 겪으며 오늘날의 모습에 이르게 되었는지에 주목하면서, 조선시대, 근대기, 현대기, 총 3개의 장으로 나누어 시기별 대표 건축물과 함께 도시의 변천사를 살핀다.
서울의 건축 역사는 주요 변화 시점마다 각각의 전환기를 겪으며 다음 단계의 새로운 건축으로 발전했다. 여기서 저자는 새로운 변화를 가져온 각 시대의 전환기적 상황과 새로운 건축 현상을 ‘전환성’이라는 개념으로 정의한다. 조선시대에서 개화기로, 일제강점기에서 해방공간으로, 근현대기에서 현대기로 이어지는 전환기를 중심으로 각 시대를 풀어낸 것.
1부 ‘조선시대 전통건축’에서는 518년에 이르는 조선시대를 거대한 독립적 역사 단위로 집합화하여 역사성을 부여하였으며, 조선의 도읍지였던 점을 도시건축으로 증명하여 서울의 뿌리에 해당하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아냈다.
2부 ‘근대기’에서는 개화기로 급변하던 1차 전환기와 해방 이전까지의 근대 형성기, 혼란이 가중되던 해방공간에서의 2차 전환기, 경제개발이 두드러졌던 근대 완성기로 시기를 구분하여, 역사, 사회, 도시건축, 공간 등 다양한 주제어를 통해 역동적으로 진행된 대한민국의 근대화를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3부 ‘현대기’에서는 본격적인 현대기로 넘어가는 3차 전환기, 도시주의와 다원주의, 포스트모더니즘과 후기 산업사회의 흐름 등을 소개하여 현재 진행 중인 현대기 건축을 다원주의의 관점에서 다루어 본다.
‘서울건축사’는 서울의 600년 역사를 아울렀다는 이론적 측면뿐 아니라, 서울의 도시건축을 이끌어 왔고 현재 서울이 있게 한 주역들이며 서울의 뼈대를 이루는 건물들을 총망라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는 책이다. 책에 소개된 400여 채의 건물들은 저자가 직접 답사한 2천여 채의 건물 중 선별한 것으로, 하나하나가 작품성과 대표성을 띠는 건물이라 할만하다.
독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책에서 구체적으로 언급한 건물들은 주소 목록을 함께 수록하였으며, 답사용 온라인 지도를 구성하여 QR코드로 언제든 ‘서울 도시건축 여행’에 나설 수도 있다.
서울에서 펼쳐진 건축 풍경을 담은 이 책과 함께, 서울 건축과 서울의 역사가 전개되어온 과정, 나아가 한국 건축과 한국의 근현대사가 이어져 온 과정을 탐구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