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소원 기자
기사입력 2023-04-10
강원도 원주시 산자락에 자리한 뮤지엄 산이 개관 10주년을 맞아, 뮤지엄 산의 설계자인 안도 타다오의 개인전 ‘안도 타다오-청춘’을 개최한다.
4월 1일 개막해 7월 30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도쿄, 파리, 밀라노, 상해, 북경, 대만에 이른 일곱 번째 순회 전시이지만, 안도 타다오 본인이 설계한 공간에서는 최초 전시다.
전시 제목 ‘청춘’은 안도 타다오가 지금껏 보여온 건축을 향한 끝없는 도전을 의미한다. 이미 알려진 그의 인생길대로, 안도 타다오는 정식 교육과정을 밟지 않고 오로지 독학으로 건축을 해왔다. 그만큼 순탄하지 않았던 탓에 매 작업마다 안간힘을 써야 했다. 그뿐만 아니라 20세기 후반을 지나오면서 변화하는 시대의 시스템 속에서 살아남고자 애써왔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게 하루하루 더 나은 설계를 하겠다는 신념이나 인생을 대하는 도전적인 태도를 담은 제목이다. 그런 청춘이 있었기에 자신만의 길을 다져올 수 있었을 테다.
전시는 다섯 개 파트로 나뉜다. 1969년에서 1990년대 중반에 이르는 안도 타다오 전반기 건축 작품부터, 그 이후 최근에 이르는 후반기 작품, 나오시마를 예술의 섬으로 뒤바꾸어 놓은 작품들까지 포함해 그의 인생에 걸친 대표작 250점의 자료를 공개한다.
1부 ‘공간의 원형Primitive Shapes of Space’에는 전반기 작품들을 모았다. 노출콘크리트 건축으로 빛과 기하학이라는 주제를 보여주는 ‘도시 게릴라 주택 프로젝트’의 모형을 감상할 수 있다. 일본 전통 가옥을 현대도시 건축으로 재해석한 방식, 장소성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엿볼 수 있다.
2부 ‘풍경의 창조Landscape Genesis’에서는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공공건축물을 소개한다. 여기서 말하는 풍경이란 지역공동체가 공유하는 공공의 기억을 포함하는 보다 넓은 개념의 풍경을 말한다. 대표 사례로는 ‘나카노시마 어린이책의 숲 도서관’ ‘포트워스 현대미술관’ 등이 있다.
3부 ‘도시에 대한 도전An Urban Challenge’은 도시화와 산업화가 가속화된 도시에서 안도 타다오가 제시하는 건축의 공공성을 보여준다. ‘퓰리처 미술관’ ‘21_21 디자인사이트’ ‘상하이 폴리 대극장’과 같은 사례가 전시되어 있다.
4부 ‘역사와의 대화Dialogues with History’에서는 2020년에 준공한 부르스 드 코메르스Bourse de Commerce를 준비했다. 파리의 예술사적을 현대미술관으로 새단장한 프로젝트로, 건축이 다양한 문맥과 입체적으로 연결된 존재임을 인식하고, 그에 중첩된 시간과 기억을 존중하는 안도 타다오의 접근법을 살펴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나오시마 프로젝트Projects in Naoshima’가 있다. 안도 타다오는 1980년대 말부터 30년 넘게 나오시마섬을 자연과 예술의 섬으로 재생시키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를 보여주는 섬 모형과 그곳의 풍경을 담은 영상물을 전시장에 옮겨 놓았다.
안도 타다오가 국내에 설계한 프로젝트도 소개한다. 제주 본태박물관, 여주 마음의 교회, 서울 LG아트센터의 모형을 포함해 총 9점의 이야기를 모았다.
전시 개막에 앞서 안도 타다오는 한국을 찾아 3월 30일과 31일, 서울대학교와 뮤지엄 산에서 강연을 열었다. 이후 남은 기간 동안에도 전시와 연계한 문화행사를 열어 관람객 참여를 이끌 예정이다. 특히 5월에는 안도 타다오의 대표작 ’빛의 교회’를 축소한 파빌리온 ‘빛의 공간’을 뮤지엄 산 조각정원에 설치해 선보인다.
자연 속 안도 타다오의 공간에서 만나는 그의 작품 세계. 그리고 건축 그 너머에 그의 어떤 신념과 의지가 담겨 있을지. 건축의 존재와 건축에 관계하는 장소와 도시, 인간의 존재 의지를 찾아 떠나보기를 권한다. 자료제공 / 뮤지엄 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