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그리드
에디터 한정민 글 정영진 편집 김예진
자료제공 애드 혹 프랙티스
베트남 하노이의 어느 기차 공장 창고. 이제는 그 쓰임을 잃고 도시 속에서 잊힌 지 오래지만, 커다란 문 너머에는 곳곳에 쌓인 두터운 먼지와 그을린 연기 자국까지, 기차가 남겨놓은 자취들이 여전히 머물러 있다.
창고는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받던 19세기 말부터 자유경제사회로 변화한 현재에 이르기까지,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벌어진 수많은 변화를 목격한, 역사의 산증인이다. 최근 이 일대가 재개발되면서 창고 또한 철거될 위기에 처해졌으나, 산업시설만이 지닌 특성을 간직한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면서, 역사의 다음 페이지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도시는 사람들의 집단 기억처럼 사물과 장소와 얽혀 있다. 창고의 장소성은 그리드를 타고 서서히 풀려난다. 효율성과 체계성에 기반한, 산업시설의 특성이 반영된 구조 체계인 그리드는, 이 프로젝트에서 새로 태어난 내부 공간을 관통하는 디자인 언어로 작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