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사 진진
영화 ‘이타미 준의 바다’ 개봉
일제강점기에 일본에서 태어났고 일본에서 한평생을 살았지만,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도 한국 국적을 유지했던 재일 한국인 건축가 이타미 준. 디아스포라의 이방인에서 세계를 향한 울림을 전하는 건축가가 되기까지 그가 걸어온 인생길과 그의 작품들을 소개하는 영화 ‘이타미 준의 바다‘가 15일 개봉했다.
이타미 준의 본명은 유동룡이다. 대학 시절까지는 본명을 사용했지만, 일본에서 쓰는 한자로는 자신의 성을 적을 수 없어, 대외 활동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런 그가 선택한 예명은 공항의 이름. 한국에 올 때 이용했던 공항인 ‘이타미‘를 성으로, 절친했던 음악가 길옥윤의 예명이었던 ‘준‘을 이름으로 삼은 것이다.
일본에서는 한국인으로 한국에서는 일본인으로 그 어느 쪽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외로운 디아스포라의 삶 속에서도, 그는 끊임없이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고 건축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증명하려 했다. 그 결과 일본 건축계와 한국 건축계에서 각각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무라노 도고상과 김수근 문화상을 받았는가 하면, 아시아인 최초로 프랑스 국립 기메 박물관에서 개인전을 가졌으며, 프랑스 정부로부터 문화예술 부문의 공로를 인정받아 슈발리에 훈장을 받기도 했다. 국내외는 물론 아시아와 유럽을 넘나들며 세계 건축 무대에 당당히 자신의 이름을 알린 것이다.
메가폰을 잡은 정다운 감독은 재일 한국인 건축가라는 정체성을 지닌 이타미 준의 삶과 작품 세계를 섬세하게 담아낸다. 한옥의 미를 살린 ‘온양미술관‘, 제주도의 풍광을 본뜬 ‘포도호텔‘, 물과 바람, 돌을 모티브로 한 ‘수·풍·석 미술관‘, 그림 같은 제주의 하늘을 드라마틱하게 담아낸 ‘방주교회‘ 등, 영화는 두 시간여에 걸쳐 그가 남긴 선물 같은 공간들을 소개한다. 영상과 함께 흘러나오는 재일교포 2세 작곡가 양방언과 가수 최백호의 음악, 그리고 배우 유지태가 나직한 목소리로 읽어내려가는 내레이션은 때로는 관객들의 감정을 뭉클하게 자극하기도, 때로는 마음을 어루만지는 위로를 건네기도 한다.
평생 고독했지만, 자신의 삶을 아끼고 사랑해온 이타미 준 그리고 유동룡. 자신의 건축과 삶을 진솔하게 소개하는 그의 초대에 한 번쯤 응해보면 어떨까.
영화 ‘이타미 준의 바다’는 서울극장, 대한극장, 아트하우스모모, 아트나인 등 독립영화상영관을 비롯해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일부 관에서 상영된다. 자세한 정보는 영화사 진진 페이스북(바로가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웅 갤러리에는 이타미 준의 회화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이타미준건축문화재단과 함께 기획한 이 전시는 9월 7일까지 개최된다. 이타미 준의 그림과 예술 세계가 궁금하다면 참고할 만한 행사다.(전시 안내 바로가기)
<영화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