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촨성 남쪽에 위치한 이빈은 양쯔강이 시작되는 도시이자 풍부한 문화유산으로 이름난 도시이다. 또한, 4천 년이 넘는 긴 양조 역사를 지닌 도시이기도 한데, 중국을 대표하는 양조사인 우량예 그룹도 이빈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우량예 그룹의 전통주를 소개하고 체험할 수 있는 복합문화시설이 건립된다. 이를 위해 개최된 국제설계공모에서 독일 건축 스튜디오 뷔로 올레 스키렌이 당선팀으로 선정됐다.
당선작은 녹음이 우거진 산맥과 두 개의 강이 만나면서 그림 같은 풍경을 자아내는, 이빈의 자연 풍경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안이다. 주변 협곡의 형태에서 착안해 지그재그식으로 꺾인 두 개의 매스를 평행하게 배치함으로써, 기존 풍경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역동적인 인공의 랜드스케이프를 형성했다. 두 개의 꺾인 매스는 다양한 규모와 형태의 틈새 공간을 만들면서, 인접한 강의 흐름을 부지 안으로까지 연결시킨다. 그리하여 자연과 문화와 술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공간,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공존하는 장소를 형성하는 것이다.
부지 전면부에 맞닿아 있는 강은 마치 지류처럼 부지 내부로 흘러 들어온다. 전시와 체험, 크게 두 가지 메인 용도를 품고 있는 두 동의 건물은 부지를 관통하는 이 물줄기의 양쪽에 배치된다. 즉, 물길은 자연에서부터 시작해, 지역의 역사이기도 한 양조 문화로, 그리고 다시 부지 너머에서는 도시적인 풍경으로 이어지는, 서사의 중심이 되는 셈이다.
건물은 그 자체가 새로운 지형이다. 완만한 경사로 오르내림을 반복하며 부지 전체를 가로지르는 기다란 매스는, 자연스럽게 인근 산맥의 풍경을 떠오르게 한다. 이러한 인공 지형 아래 조성된 내부 공간은 다양한 테마의 체험 및 전시관으로 꾸며져, 방문객들에게 우량예 그룹의 전통주를 알리는 역할을 한다.
부지 중간중간에는 독특한 조형성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건물들도 자리한다. 방문자센터, 공연장, 전통주 시음센터로, 술잔의 유려한 곡선에서 착안한 디자인이다.
우량예 전통주 체험센터는 이빈이라는 도시의 긴 역사를 탐험하는 여정 또한 선사한다. 부지에는 탑, 불상, 고대의 성벽, 총 세 개의 역사 문화유산이 새 건물과 함께 어우러져 있다. 또한, 부지 여기저기에 흩뿌리듯 자리하고 있는 문화 유산들 주위로 새로운 광장과 길을 조성함으로써, 과거와 현재를 잇고, 미래로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산책로를 마주한 건물의 입면에는 목재 기둥을 주재료로 활용했다. 기둥을 일정 간격으로 배치해 입면을 만든 것인데, 멀리서 보면 그 모습이 마치 대나무 숲을 연상케 한다. 이러한 투과성 입면은 내외부의 경계를 흐리고, 보다 다양한 공간 환경을 조성한다. 그 결과 방문객들은 자연과 건물, 공간의 서사에 흠뻑 젖은 채, 새롭게 만들어진 ‘대나무 숲’에서 자유롭게 산책과 휴식을 취하게 된다.
부지 내외부와 단지를 가로지르는 여러 개의 산책로가 조성된다. 어떤 길은 자연이, 어떤 길은 문화가, 어떤 길은 역사가 주인공이 되기 때문에, 방문객들은 각자의 취향에 따라 각자의 방식대로 이 공간과 장소를 체험할 수 있다.
자연이 프로젝트의 중요한 키워드였던 만큼, 단지와 건물에 반영된 친환경적인 측면도 주목할 만하다. 먼저, 구불구불한 형태의 건물은 공기의 대류를 유도하여, 자연 환기와 건물의 열 성능 향상에 도움을 준다. 부지를 가로지르며 흐르는 수로 또한 여름철 뜨거운 공기를 식혀주는 데 일조하고, 대나무 숲을 연상케 하는 입면의 목재 기둥은 직사광선을 차단하는 차양 역할을 한다. 또한, 경사진 지붕에는 식물을 심고 태양광 패널도 설치하여 지속가능한 건축, 친환경적인 건축을 구현하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