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스케치, 사진 모두 저자의 손을 거쳐 탄생한 책은 한편의 여행 일지 같다. 최북단의 대진 등대, 제주도 방주교회, 경춘선의 폐역들, 전주의 재래시장까지 평소에는 눈여겨보지 않던 변방의 건축물을 찾아 떠난 일정을 담았다. 일정의 마지막 장에는 찾아갈 수 있도록 직접 지도도 그려 넣었다.
여행길에 오른 저자는 일기를 쓰는 듯, 건축가와 건축물에 대한 감상을 책 속에 풀었다. 이타미 준, 김중업 등 건축가들이 마주했던 옛 시절과 삶의 이야기도 더했다. 그는 건축이 우리에게 이로운 이유는 겉모양이나 크기에 있는 것이 아니
라, 그 안이 비어 있기 때문이라 말한다. 그래서인지 이로운 건축은 변방에서 홀로 서 있다. 변방의 집들은 스타건축가의 명품 건축같이 사람들의 눈을 현혹하지는 못하지만, 현실의 삶을 바로 마주 본다.
이렇듯 사람의 삶을 충실히 반영한 번외의 집들이 진정 우리가 원하던 집의 모습은 아닐까. 이 책을 통해 오늘날 현대 건축이 주체의식을 갖고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를 생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