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기의 한국 건축과 4.3그룹』 은『4.3그룹 구술집』과 짝을 이뤄 출간된 책으로, 목천건축아카이브의 지원으로 한국 건축 역사를 발굴하고 재해석하고자 모인 학자들의 모임, 현대건축연구회의 첫 결과물이기도 하다. 아홉 명의 이론가들은 이 책에서 4.3그룹의 구술채록과 이 과정에서 재발견된 관련 사료를 통해 이들의 활동과 당시의 한국 건축을 재조명해본다.
책은 크게 2부로 나뉘는데, 1부는 연구자들의 글이, 2부에는 4.3그룹 건축가들의 활동 자료가 수록됐다. 그중 1부에 소개된 글은 2012년 12월 열렸던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연구 중간성과를 심화 발전시킨 것이다.
1부는 다시 4.3그룹 건축가들의 시대 인식을 다각도에서 살펴본 ‘시대와 4.3그룹’, 그리고 자신의 건축을 자신의 언어로 이야기한 4.3그룹 건축가들의 말과 글을 분석한 ‘4.3그룹과 언어’로 구성된다.
첫 장에서는 4.3그룹이 모더니즘에 관심을 두게 된 시대적 상황을 살피며, 이러한 배경이 이들의 정체성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다. 80년대 후반, 세계화와 포스트 모더니즘이 야기한 혼란을 모더니즘으로 극복하고자 했던 움직임부터, 서구의 모더니즘을 우리의 전통적인 필터로 걸러내려던 노력까지 폭넓게 다뤄본다. 뿐만 아니라 4,3그룹과 동시대에 활동했던 4.3그룹 밖의 건축가를 살펴보거나 4.3그룹의 교육자적인 면을 짚어보면서, 그들이 건축계 전반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심도깊게 파고든다.
그런가 하면 두 번째 장의 연구들은 4.3그룹의 활동이 한국 건축의 담론 형성에 중요한 기점이 되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실제로 4.3그룹은 자신의 건축을 ‘말’로 설명하면서, 사진과 도면 외에도 그림이나 조각 등의 다양한 참조체를 통해 건축을 표현했다. 저자 중 한 명인 배형민은 이러한 참조체들을 ‘파편’으로 명명하면서, 4.3그룹은 이러한 파편을 통해 자신의 건축을 바라보고 다시 자신의 건축으로 과거의 단편을 독해했다고 설명한다. 더불어 이 같은 과정이 설계 전에 개념부터 만들어내는 오늘날의 일반적 설계방식의 원류라고 평하기도 한다.
그 외에도 크리틱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건축 잡지로 확장된 4.3그룹 건축가들의 담론 성격을 규명한 연구와 현상학적 관점에서 민현식의 건축을 세밀하게 들여다본 연구도 수록되어있는 만큼, 전체로서의 4.3그룹과 개인으로서의 4.3그룹을 골고루 살펴볼 수 있다.
이 책과 함께 4.3그룹의 활동과 의미를 되돌아보면서 한국 현대건축의 발자취를 따라가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