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지민 기자
올 한 해 서울의 도시 환경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 건축물은 무엇이었을까. 그 가치를 인정받은 우수 건축물에 수여하는 제35회 서울시 건축상 수상작이 발표됐다. 대상 ‘한내 지혜의 숲’을 비롯하여 최우수상 4작 등 총 23개의 작품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올해 응모작은 총 93개. 작년보다 30여 작이 늘어난 만큼 더욱 열띤 경쟁이 펼쳐졌다. 심사위원장 김영준서울시 총괄건축가을 필두로 한 5인의 심사진은 1차 서류심사를 통해 23 작품을 선정하고, 이중 11 작품의 현장답사를 거쳐 최종 수상작을 선정했다.
대상은 운생동건축사사무소가 설계한 노원구의 작은 마을 도서관, ‘한내 지혜의 숲’에게 돌아갔다. 공원 내에 자리한 이 건물은 크고 작은 박공지붕들이 겹쳐져 있는 모습이다. 공원이라는 입지적 특성을 살려 산과 숲의 조화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형태인데, 그 덕분에 번잡한 도심 속에서 우연히 숲을 만난듯한 기분 좋은 느낌을 받게 된다.
독특한 외관만큼이나 프로젝트가 추진된 과정도 인상적이다. 새로운 복합문화공간을 제공함으로써 문화공간이 부족한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 작업이었던 만큼, 모든 과정에는 공간의 주인이 될 주민의 의견이 적극 반영됐기 때문이다. 또한, 이렇게 완성된 공간을 자치구와 주민들이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공공이 지어 주민에게 돌려주고, 주민이 다시 그 공간을 가꿔나가며 진정한 주민자치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점에서, 공공건축의 역할과 가치를 보여 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최우수상에는 신축, 리모델링, 녹색건축, 세 부문에서 총 4 작품이 선정됐다. 먼저 신축부문에서는 NEED건축사사무소의 ‘더북컴퍼니 사옥’과 주. 스페이스연건축사사무소의 ‘논현동 d’A 프로젝트’가 수상작으로 뽑혔다. 전작은 강남의 번화가에 자리한 고층 건물로, 단일 볼륨이 뿜어내는 응축된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특히 외장재로 쓰인 유리섬유강화콘크리트는 거리에 따라 다른 질감을 연출하며 밋밋한 도심 풍경을 한층 풍성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그런가 하면 후작은 독특한 공간 구성이 인상적인 건물이다. 구체적으로는 내외부의 소통을 위해 층마다 적극적으로 외부 공간을 구성한 점이나, 각 층이 독립적으로 분리되는 기존의 공간 구획방식에서 벗어나 수직적으로 공간을 연계했다는 점 등에서 호평을 받았다.
리모델링 부문의 수상작은 토포스건축사사무소의 ‘솔로 하우스’다. 가산디지털단지의 젊은 근로자들을 위한 다가구 주택인 이 건물은 건축가와 건축주의 노력에 힘입어 재건축이 아닌 리모델링을 시도한 만큼, 도시재생에 관한 모범적 선례로 남을 것으로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녹색건축의 최우수작으로는 렌조 피아노와 주.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가 공동으로 설계한 ‘KT광화문빌딩 East’가 선정됐다.
이중외피 시스템과 자동차양 시스템 등으로 건축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빗물 활용, 신재생에너지 적용을 통해 탄소배출 저감와 에너지 절감에 힘을 썼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번 수상을 통해 발굴한 건축물들이 촉매제가 되어, 더욱 매력적인 도시 서울을, 더욱 매력적인 서울의 공간들을 만드는 수준 높은 건축물들이 꾸준히 등장하길 바란다. 자료제공 / 서울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