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대표 이미지로 가장 먼저 떠올리는 서울. 역사의 중심지로서 근 현대화 속 도시 계획이나, 개발주의, 정치사, 문화사 등 서울을 둘러싼 거시적 맥락이 아닌 서울의 주변을 조망한 책이 있다. 이 책은 서울의 주변, 즉 ‘나머지’ 지역이란 무엇이냐는 화두를 던지며 도시의 사소한 영역을 시각예술의 언어로 추적한다. 도시 주변부를 탐색하기 위해 건축가, 미술가, 기계비평가, 사진연구원, 미술평론가, 큐레이터 등 15명의 전문가가 모였다. 이들은 서울의 역사적 자취를 쫓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작은 삶을 누리고 있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서울에 대해 사소한 이야기를 한다. 일종의 ‘작은 것을 통해 보는 역사’를 연구하는 미시사적인 방법으로 서울을 바라본다.
책은 크게 세 가지로 구성된다. 엮은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기획자의 추적’은 자신이 살았던 동네의 없어진 집을 통해 그것들은 왜 기념될 수 없는가를 자문하는 건축가 정이상의 이야기로 시작을 연다, 미술전문지 기자로 활동하던 시기에 참여했던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살피며 서울 주변의 역사를 조명했던 미술칼럼니스트 서정임의 경험담으로 이어진다. 다음 ‘비평가의 추적’ 장에서는 7명의 비평가가 저마다의 생각과 경험으로 도시 이야기를 풀어낸다. 도시의 주변성을 연구한 시각예술 작업을 통해 도시의 사소한 역사를 관찰하려 했던 예술가들의 비평적 사고와 의도를 눈여겨볼 수 있다. 서울의 도시 발전사와 맞물린 역사적 기록으로 보려는 비평가의 시도, 이제는 없어진 이태원 ‘테이크아웃드로잉’과 미아리 ‘더 텍사스 프로젝트’ 그리고 한강 ‘노들섬’을 통해 끝없이 중심에서 탈주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꿈꾸는 행위에 주목한다. 마지막 장 ‘예술가의 추적’에서는 5명의 미술가 참여했다. 자신이 다니던 대학로의 기억, 서울역의 현재, 사진을 통해 바라본 도심 상가들의 기억, 기념적 역사에 가려진 일상의 역사, 자신의 SNS 계정에 쓴 메모를 공유하여 개인이 만들어 낸 작은 파장 등 각기 다른 생각들에 주목한다. 큐레이터이자 미술평론가인 김장언은 서울의 산업화 과정에서 창신동이 어떻게 삶의 공간으로 변해왔는지를 재조명한 전시를 소개하며 지역과 공동체에 대한 실험을 이야기한다.
여기저기 떠들어대던 서울의 거시적 맥락이 아닌 중심에서 벗어난, 어쩌면 소외됐을지도 모르는 이야기를 통해 그간 몰랐던 서울의 새로움을 발견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