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전효진 차장
기사입력 2023-04-25
예술적 원칙에 따른 도시설계
오스트리아 출신의 건축가이자 도시계획가, 이론가인 카밀로 지테. 19세기 후반 산업화 시대의 도시계획을 비판하는 가운데 실용적 측면과 미학적 측면이 결합된 종합예술로서 도시설계 이론과 방법론을 주장하여 큰 반향을 일으켰던 그의 이론서 ‘예술적 원리에 의한 도시계획’의 번역본이 출간됐다.
19세기 후반 유럽에서는 급격한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도시공간의 미학적 측면보다 실용적 측면이 부각됐다. 이것에 문제의식을 느낀 지테는 이 책을 통해 ‘도시설계에서 실용적 측면과 예술적 측면은 어떻게 화합될 수 있나’라는 질문의 답을 찾아간다.
책은 총 열두 챕터에 걸쳐 역사와 현상을 총체적으로 바라본 지테의 지성과 당대의 편향적 계획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 의식, 그리고 도시에 대한 그의 긍정과 애정을 담아낸다.
제1장에서 제7장까지는 유럽 광장의 역사와 구조, 유형, 주변과의 관계 등의 연구 결과를 다루며 19세기 후반 유럽 도시의 실상을 분석적으로 둘러본다. 이후 제8장에서 제10장까지는 광장을 중심으로 한 현대 도시설계와 시설들의 문제점을 분석하며 개선이 필요한 도시설계의 사례를 관찰한다. 마지막으로 제11장과 제12장에서는 현시대 도시를 위한 도시설계의 원칙과 계획사례를 제안하며 마무리한다.
이렇듯 지테에게 건축과 예술은 별개의 것이 아니었다. 그는 독창적인 지성으로 인간과 세상을 바라보았고, 자연과 문명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옛 도시에서 도시 체계의 균형과 조화를 찾았으며, 오래된 도시와 새로운 도시를 예술과 기술의 양 측면에서 비교 분석하며 도시설계의 개선안을 다각적으로 조망했다.
자연과 건축과 예술이 조화하는 도시 공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지대한 요즘이다. 그의 질문이 던져진 지 어느덧 한 세기가 훌쩍 지났음에도 도시설계에 대한 그의 관점과 통찰이 여전히 유효한 이유다. 약 133년의 세월을 간직한 지테의 철학적 사유를 응축한 이 책을 통해 도시설계에 대한 전대미문의 문제의식을 가져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