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22-07-16
인증샷 바깥의 공간
#좋은_공간을_널리_이롭게. 일회성과 휘발성 강한 SNS에서, 무려 7년간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계속해 온 건축 디자이너가 있다. 좋은 건축물과 공간을 소개하는 일명 ‘홍익 공간 프로젝트’로, 지금은 10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하게 된 건축 전공 인플루언서다. ‘인증샷 바깥의 공간’은 그가 기록한 7년의 흔적을 압축한 책이다.
작가는 스스로를 ‘공간가’라 칭한다. ‘쌓아서 세우는’ 행위 보다는, ‘빈 사이(空間)’를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고민하는 데 더 뜻을 두겠다는 의지다. 그리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난해하고 어려운 건축 언어 대신, 모두가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표현으로 자신의 SNS를 채워나간다. 더불어 ‘인증샷’과 ‘인생샷’을 찍고 올리는 행위에 그치지 말고, 방문한 공간을 보다 더 풍부하게 감상하고 경험해보기를 권한다.
책에는 수많은 장소 중에 선별된 40여 개의 사례가 담겨 있다. SNS의 주 이용자인 MZ세대가 공간을 이용하는 목적에 따라 크게 네 개의 챕터로 나누어진다.
1장 ‘복합문화공간’에서는 기업의 공간 브랜딩 사례에서 시작하여, 문화적 소양을 쌓기 위한 다양한 장소들로 그 범위를 확장해 나간다. 명동이라는 금싸라기 땅에 공유공간을 만든 금융기관, 책을 빌리는 기능을 넘어 주민들의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한 동네 도서관, 노후한 공장에 새 옷을 입혀준 업사이클링 프로젝트 등을 소개하며, 복합문화공간이 많아질수록 도시는 더 즐거워질 것이라고 말한다.
2장 ‘카페’에서는 현재 한국에서 어떤 곳보다 많이 발견할 수 있는 카페를 주제로, 직접 방문해서 경험해 볼 만한 카페들을 소개한다. 해방촌이라는 비좁은 도시 조직 내에서 ‘수직의 미학’을 뽐내는가 하면, 넓은 제주 땅에서 바다의 전경을 그대로 끌어들인 사례 등을 보여주며, 우리가 사랑하는 건 커피인지 커피집인지를 되새겨보게 한다.
3장 ‘다이닝과 와인 바’와 4장 ‘호텔’은 다른 장에 비해 다루는 사례는 많지 않지만, 공간의 기능적 요소뿐 아니라 각 공간의 메뉴나 일하는 사람들의 접객 서비스까지 함께 얘기하고 있다.
저자는 책의 시작부터 끝까지, 우리가 계속해서 좋은 공간을 경험해야 ‘요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기업이 더 많은 공공공간을 마련하고, 지자체에서 더 수준 높은 문화공간을 지을 수 있도록, 요구할 수 있다고 말이다. 더불어 책에 담긴 자신의 안내 역시 정답은 아니라며, 공간을 경험하는 데 정답은 없다고 강조한다.
어디를 가든 그곳에서 저마다의 서사를 완성해 낼 수 있기를, 인증샷 너머에서 기다리고 있는 공간의 가치를 느낄 수 있기를, 이 책과 함께 그 작은 계기를 마련해 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