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오스틴의 소설 속에서 주인공들이 함께 걸으며 이야기 나눴던 곳, 베아트릭스 포터의 장난꾸러기 동물들이 뛰어다니는 곳, 워즈워스의 낭만적인 노래의 배경이 되었던 곳, 바로 숲과 정원이다. 이렇듯 정원에서는 멋진 일들이 벌어진다. 소설에서도, 일상에서도 말이다.
아름다운 풍경 사진으로 가득한 이 책은 제인 오스틴, 버지니아 울프, 애거서 크리스티, 베아트릭스 포터, 찰스 디킨스, 조지 버나드 쇼, 윈스턴 처칠 등 유명한 영국 작가 19인이 사랑해 마지않던 그들의 정원과 텃밭, 숲과 산책길로 안내하는 비밀의 문이다. 한 사람의 가장 솔직한 모습, 내밀한 이야기가 깃들어 있는 집과 정원을 통해서 작가들이 나고 자라고 생활한 자연 환경과 정원이 이들의 삶과 문학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누군가는 소설을 구상할 때 가장 먼저 정원으로 달려갔으며, 누군가는 채소밭과 과수원에서 열매를 따고 나무를 심다가 정원 한구석의 오두막에서 글을 쓰기도, 또 누군가는 오솔길과 호숫가를 산책하며 작품을 구상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장소에서 쓰인 글은 숨 가쁜 일상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며, 정화해준다.
여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작가들의 숨은 면모를 발견하는 즐거움도 쏠쏠하다. 진홍색 제라늄을 광적으로 좋아해서 부족한 수입 때문에 전전긍긍하면서도 제라늄 사는 것만은 자제하지 못했던 찰스 디킨스, 한 시간에 90개씩 벽돌 쌓는 재주가 있었던 윈스턴 처칠, 노벨문학상을 받은 상금으로 정원부터 대대적으로 보수한 러디어드 키플링, 파산 후 힘들게 가꾼 숲과 성을 유지하기 위해 글로 빚을 갚았던 월터 스콧까지, 조금은 유별난 정원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러한 일화들을 읽다 보면, 대작을 남긴 위대한 작가들도 그저 한 송이의 꽃을 유난히 좋아했던, 어떤 품종의 사과를 즐겨 먹던, 한 그루의 나무와 한 포기의 화초를 심고 가꾸기에 바빴던, 우리네 이웃처럼 친근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책에는 작가들이 실제로 거주했던 장소, 작품의 배경 등 아름답고도 의미가 깃든 풍경 사진이 풍부하게 실려 있어, 작가들의 글과 실제 모습을 비교해보는 재미를 선사한다. 그곳을 직접 여행하는 듯한 생생한 즐거움은 덤이다. 그 외에도 작가들이 각 장소에 거주하는 동안 쓴 작품들의 목록은 작가들의 작품과 정원들의 연관성을 좀 더 깊이 있게 살펴볼 수 있는 좋은 팁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