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북부에 위치한 3만여 제곱미터의 유휴부지가 강북판 코엑스로의 변신을 시작한다. 그 시발점이 될 ‘서울역 북부역세권 유휴부지 국제지명초청 설계 공모’에서 덴마크 기반의 세계적 건축사무소 헤닝 라슨이 당선자로 선정됐다. 공모 결과와 함께 조감도가 공개되면서 사업 추진에도 한층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역 북부는 서울역 남부가 민자역사로 개발된 이후에도 유휴부지로 남겨져, 남북부 간 불균형을 유발해왔다. 그에 대한 대책 마련의 목소리가 커짐에 따라, 서울시와 한국철도공사는 지난 2008년 이곳을 35층 규모의 국제 컨벤션 센터로 탈바꿈시키겠다는 ‘북부역세권 개발사업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그러나 수익성 등의 이유로 사업은 십년 째 제자리걸음에 머물렀는데, 2015년 이 프로젝트에서 한 차례 손을 뗐었던 한화그룹이 작년 7월 다시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우여곡절 끝에 사업은 재 시동을 걸게됐다.
대상지는 서울로7017~염천교 사이 약 32,000m2로, 이곳을 주거와 업무, 상업 등이 통합된 복합단지로 개발하는 게 사업의 골자다. 도심부에 위치하는 대규모 재개발 사업인 만큼, 서울시 도시 정책과 궤를 같이하는 최적의 안을 선정하기 위해 공모는 국제지명초청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며, 헤닝 라슨+시아플랜 팀이 MVRDV+간삼건축 팀, SOM+정림건축 팀을 제치고 당선의 영예를 안게됐다.
헤닝 라슨이 제안한 ‘서울 밸리’는 사무실, 주거, 호텔, 카페 등의 다양한 상업 및 업무시설을 녹지와 통합시킴으로써, 대규모 단지임에도 보행자들이 친근하게 느끼고 접근하며 이용하게끔 한 안이다
설계를 담당한 헤닝 라슨의 파트너 야콥 쿠렉Jakob Kurek은 “지난 5년간, 서울은 보행자와 건물을 잇는 사잇 공간에 주목하면서, 도시 구조를 보행자 위주로 재편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 왔다. 그러한 맥락에서 우리는 현대 도시의 거대한 스케일을 개인적인 경험으로 받아들이게 할 방법, 즉 어떻게 그 규모를 분절시킬 것인가에 주목했다. 그리고 서울이 지금처럼 급성장하기 이전의 스케일, 인간적이었던 과거의 스케일에서 해답을 찾았다.”고 말한다.
‘서울 밸리’는 이러한 스케일의 조화를 ‘지상층 레벨의 다변화’를 통해 풀어냈다. 대상지 남쪽에는 고가공원인 서울로7017이 지나가는데, 대상지 부근에서 세 갈래로 갈라지며 일부는 기존의 도시 조직 속으로 재흡수된다. 이렇게 지상에 떠있던 고가공원이 땅으로 내려오는 과정에서 다양한 레벨의 ‘지층’이 형성되고, 이는 자연스럽게 도시의 규모를 보다 작은 스케일, 서울이라는 도시가 지닌 본래의 스케일로 분화시킨다는 점에 주목한 것.
이러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일률적인 고층 타워대신, 저층부터 중층, 고층을 아우르는 다양한 높이의 건물을 제시하고 이를 적절히 통합하여, 대상지 내에 세 개의 큰 공공 보행통로를 조성한다. 건물들의 높이 차로 인해 형성되는 지붕이나 테라스는 녹지로 꾸미는데, 보행자들은 이러한 녹지를 따라 다양한 레벨에서 대상지로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사무동과 호텔 등 건물 곳곳에도 녹지를 조성한덕분에 대상지 내 어디에서든 도심 속 녹색 공간을 만끽할 수 있다.
헤닝 라슨은 이번 결과에 대해 “아름다운 서울의 옛 건축물들과 어우러진, 살기 좋은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서울 시민들에게 복잡한 도심 속의 소중한 휴식처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라며 서울 밸리에 대한 기대를 전했다. 당선팀은 2021년 봄 기본설계에 착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