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소원
기사입력 2023-09-19
2014년 공공건축 사업에 설계공모 우선 적용이 의무화된 이후 2020년부터 그 적용 대상이 확대되어 연간 1,000건 가량의 설계공모가 시행되고 있다. 설계공모의 목적은 우수한 공공 건축물을 조성하는 것으로, 지침서 요구 사항을 바탕으로 계획한 공모안을 심사 및 결정하는 방식이다.
2019년 개정된 ‘공공부문 건축디자인 업무기준’의 제12조(양질의 설계안 구현)에는 “설계공모 등을 통해 당선된 공모안의 우수한 디자인이 사업기간 단축이나 사업비 부족 등을 이유로 과도하게 훼손되지 않고 양질의 설계안으로 구현될 수 있도록 사업관계자들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명기되어 있다. 이는 곧 설계 공모에서 선정된 설계안대로 구현하는 것이 원칙임을 의미한다.
그러나 양은영 건축공간연구원 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공공건축 설계공모 당선안 변경에 대한 발주자와 설계자의 인식’에 따르면, 본래 의도와 다르게 당선안의 계획이 변경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는 공공건축 사업의 관리, 운영 등 발주를 담당하는 지방자치단체 120개소 담당자 59인(발주자)과 공공건축 사업 설계공모에 참여했거나 당선 경험이 있는 건축사사무소 52인(설계자)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설계공모 이후 설계 단계에서 계획이 변경된 경우는 전체 응답자의 73.9%였다. 변경 내용은 마감재, 창호 등 입면(63.4%), 연면적(54.9%), 프로그램 구성(42.7%), 용도(41.7%), 대지 위치 또는 범위(19.4%) 등이다. 공사 단계에서 변경된 경우는 44.1%로, 역시 마감재, 창호 등 입면이 변경된 비율이 가장 높았고(63.3%), 프로그램 구성(24.5%), 연면적(23.4%) 등이 언급되었다.
설계안이 변경되는 요인은 설계 단계에서 예산과 관련된 경우가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는 두 주체 간 입장 차이 때문이었는데, 발주자는 ‘설계 당선작의 부적정’을 들고, 설계자는 ‘발주처의 추가 요구 발생’을 꼽았다. 공사 단계에서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는, 발주자는 ‘설계상 오류’, 설계자는 ‘저가 입찰에 따라 조정된 공사비에 계획을 맞추는 현행 방식’이라고 응답했다.
조사에 응답한 발주자와 설계자는 당선안 변경을 최소화하는 대책으로, ‘사업 초기 명확한 방향 설정’(45.8%)과 ‘설계공모 이후 단계에서 당선안 유지를 위한 제도적 방안 마련’(36.5%)을 각각 1순위로 꼽았다. 그 외에 ‘사업 의도에 부합하는 최적의 당선작 선정’이나 ‘사업 의도를 충분히 반영한 설계공모 지침서 및 과업지시서 마련’도 있었다.
설계공모 의무적용 대상이 2억 원에서 1억원 이상으로 개정되기 이전 설계비 2억 원 미만의 공공건축 사업 다수는 최저가격 입찰자를 선정하는 방식이었다 보니, 디자인 품질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공건축의 품질과 정책에 대해 제고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에 따라 설계공모 적용 대상을 확대하고 그 적용 건수가 증가했음에도, 그리고 계속해서 공모 제도를 개정하고 있음에도 공모 이후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논의가 미흡한 실정이다.
이번 조사에서 특히 눈 여겨 볼 부분은, 설계공모의 취지를 달성하는 데 중요한 사항으로 발주자와 설계자가 서로의 역량과 역할을 꼽았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설계안이 변경되는 요인으로 발주자는 설계안의 부적정을, 설계자는 발주처의 추가 요구를 들었다. 이러한 참여 주체의 대립된 견해와 관점 차이는 추후 운영 방식을 개선하는 데 참고할 만하다. 또한, 설계공모 의무적용 대상이 확대되며 업계에서 실질적으로 체감하는 긍정적 요인들에 비해 여러 지점에서 많은 문제가 제기되는 것으로 보아 질적인 개선은 물론, 현장의 목소리를 정확하게 파악해야만 향후 공모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