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방 물볕
에디터 전효진 차장 글 황혜정 디자인 한정민
자료제공 107디자인워크숍 + 강민선(국민대학교)
도로와 바로 면해 있는 벽돌 벽 안쪽 깊숙이 공간들이 숨겨져 있다. 안을 살짝 엿볼 수 있는 주출입구를 통해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그제야 나무, 꽃, 수반이 흐드러져 있는 안마당을 한눈에 맞이하게 된다. 마당을 사이에 두고, 황토색 벽돌과 콘크리트로 올려진 새 건물이 시간의 흔적을 겹겹이 쌓아 담은 채 나이들어버린 기존 건물과 조우하고 있다. 그 광경이 기대 이상으로 풍요롭고 멋스럽게 다가온다.
대지는 3개의 필지로 구성된 비정형의 땅으로 국유지와 면해 있다. 국유지에는 낡고 오래된 집이 한 채 있고 대지 건너편에는 하양무학로교회가 자리한다. 대상지와 건축주의 집 그리고 하양무학로교회, 세 공간이 모두 50m 거리 안에 위치한다. 낡고 오래된 옛집을 허문 자리에 신축된 카페는 이 콘텍스트를 존중하고 상호 간의 관계를 따뜻하게 의식하고 있다.
새 건물은 국유지에 있는 오래된 집과는 거리를 두고 도로 쪽으로 면하고 있다. 두 건물 사이에 자연스레 생겨난 넉넉한 여백은 안마당으로 자리한다. 국유지에 자리하는 옛집의 일부가 정리되어 사라지고 대신 그 자리에는 회랑이 구성되어 있다. 언젠가 그 오래된 집이 허물어진다고 하더라도 새로이 구성된 회랑으로 인해 안마당의 형태는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
길 건너편 교회의 야외 예배당은 나지막한 담장으로 둘러져 도로를 향해 환하게 열려 있다. 길을 오가는 이들 누구나 수월하게 교회를 드나들 수 있도록 그 문턱을 낮춘 태도다. 그렇게 교회의 마당은 공적 성향이 강조되는 반면, 물볕의 마당은 건물 안으로 들어서야 비로소 경험할 수 있는 비밀의 정원처럼 존재한다. 경건함으로 예배가 이루어지는 교회, 게스트하우스로 운영되어 나그네에게 머물 곳을 제공하는 건축주의 집, 기존의 이 두 공간 사이에 들어선 새로운 공간은 마당을 매개로 커뮤니티를 만들고 문화를 공유하는 또 다른 성향의 공적 공간이 되고 있다.
카페에는 안마당, 책마당, 뒷마당, 사이마당, 골목마당으로 각각 이름 붙여진 5개의 열린 외부 공간들이 자리한다. 건물이 점유하고 남은 자투리로 배치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내부와 외부의 관계가 세심하게 고려되어 계획적으로 만들어진 공간들이다. 외부 공간은 내부 공간의 프로그램이 확장되어 작동되는 공간인 동시에 카페 바깥 영역과 관계 맺는 동선이기도 하다. 이 마당들 덕분에 여러 방향에서 카페로 접근할 수 있어서 다방물볕의 공간을 바라보고 경험하는 시선 역시 다채로울 수 있다.
카페 공간은 층고가 통상적인 공간보다 높고 경사지붕 끝에 고측창이 나 있어서 오후의 빛이 내부로 쏟아지듯 풍성하게 들어온다. 책방 역시 천창이 나 있는 덕분에 자연광 아래에서 책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온기 어린 운치가 있다. 기존 건물의 벽과 천장이 뜯겨진 대신 높아진 층고가 갤러리로 사용되는 등 건물 내부 곳곳에서 다양한 공간감과 풍경을 마주하게 되는 곳이다.
작품명: 다방 물볕 / 위치: 경상북도 경산시 하양읍 무학로 8 / 설계: 107디자인워크숍 + 강민선(국민대학교) / 구조설계: 더나은구조 / 기계설계: 맥엔드 엠이씨 / 전기설계: 인곡엔지니어링 / 조명설계: 뉴라이트 / 건축주: 황영례 / 용도: 근린생활시설(카페) / 대지면적: 255.91m² / 건축면적: 108.97m² / 연면적: 95.81m² / 건폐율: 42.5814% / 용적률: 37.4389% / 규모: 지상 1층 /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 외부마감: 치장벽돌, 노출콘크리트, T0.7 알루미늄징크, T28일면로이복층유리 / 설계기간: 2020.6-2021.2 / 시공기간: 2021.2-2021.7 / 완공: 2021.7 / 사진: 신경섭, 한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