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르메움
형태는 한 번에 드러나지 않는다. 큰길에서 작은 도로로 진입하는 과정에 서서히 모습을 나타낸다. 감추어 두려고 했던 것도 같고, 가까이 다가올수록 슬쩍슬쩍 힌트를 흘리고 싶었던 것도 같다. 가는 길에 먼저 마주하게 되는 카페 ‘보나카바’가 남북으로 긴 사각형을 한 채 시각적으로 가리고 있다. 조금씩 드러나던 공간은 이곳에서 잠시 정체되다가 카페를 어느 정도 지나고 나서야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점진적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는 위치의 특성이 반영되어 예측 가능하지 않은 건축이 되기를 바란 것이다. 각도와 높낮이가 달라지는 진입로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공간의 위계와 형태가 갖추어진 것을 보면 그러하다.
경기도 안성의 비봉산 남쪽에 위치한다. 산 끝자락에 자리하다 보니 주어진 대지 앞으로는 널찍한 수평적 풍경이 펼쳐져 있다. 넓은 평야가 만들어 내는 수평의 아득한 경관은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선사한다. 이 평온한 전망을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다채로운 높이와 각도에서 조망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놓고 있다. 동시에 이웃하는 건물의 조망을 가리지 않는 조심스러운 태도 또한 견지하고 있다.
들판과 일차적으로 이어지는 앞마당에는 사선으로 디자인된 수공간이 나 있다. 덕분에 외부에서 보이는 건축공간은 보다 풍성하게 연출되어 보인다. 사선의 수공간과 대구를 이루듯 외부에 설치된 난간 역시 단순한 라인으로 디자인되어 풍경을 바라보는 데 방해가 되지 않는다.
앉은 자리에서는 특별한 전망이 경험된다면, 이동하는 중에는 건축물이 주는 공간감과 입체감을 특별하게 경험하게 된다. 이는 내부와 외부에 각각 설정되어 있는 두 개의 수직형 이동 동선을 통해서 가능하다. 전면에 설치된 계단들을 이용해 카페로 들고 나는 이동 중에 주변 풍경과 건축물을 동시에 감상하게 된다. 전면에 여러 각도로 적용된 사선의 벽들 역시 입체적이고 역동적인 인상을 보여 주며 흥미로운 공간감을 더하고 있다.
건축주는 지역 예술가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후원해 오고 있다. 이동이 이루어지는 영역을 포함해 내부 곳곳에 예술품을 전시할 수 있는 다양한 크기의 벽과 열린 공간이 계획되어 있는 것은 그러해서다. 이렇듯 전시를 예비하여 계획된 데다가 높낮이와 각도를 달리하여 들판의 풍경을 다채롭게 담고자 했기에 내부 공간 역시 다분히 입체적이다. 짧은 동선 상의 이동에도 마치 공간이 움직이는 듯한 변화가 감지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작품명: 안성 꼬르메움 / 위치: 경기도 안성시 보개원삼로 165-20 / 설계: ㈜건축사사무소 가로(김기중) / 설계담당: 조현용, 김보하, 이현수 / 시공: 알브이엠 종합건설 / 구조설계: 지오이앤씨 / 기계설계: 대명기술단 / 전기설계: 대명기술단 / 용도: 근린생활시설 / 대지면적: 4,525m² / 건축면적: 864.82m² / 연면적: 2,197.53m² / 건폐율: 19.11% / 용적률: 41.25% / 규모: 지상 3층 / 높이: 13.8m / 구조: 철근콘크리트 구조 / 외부마감: 노출 콘크리트 / 내부마감: 노출 콘크리트, 수성페인트 / 설계기간: 2017.8 ~ 2019.5 / 시공기간: 2020.9 ~ 2021. 10 / 사진: 박명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