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
에디터 전효진 차장 글 황혜정 편집 한정민
자료제공 원애프터 건축사무소
과묵한 바위처럼 혹은 오래된 담처럼 무채색으로 웅크리고 있다. 주변 산자락을 보고 조금씩 자라난 모양새 같기도 하고, 어느새인가 굴러와 오래도록 땅에 박힌 채 마을의 일부가 된 것도 같다. 주변으로 가득하게 펼쳐져 있는 솔숲과 마을의 경계선에 앉아 담처럼 이렇게도 바위처럼 저렇게도 조우하고 있다. 주거 공간이라는 하나의 기능을 넘어서 건축과 사람과 나무와 땅이 공존하는 데 일종의 매개체가 되기를 의도하는 모습이다.
설악산 산자락 옆에 위치하는 스테이 하우스다. 마을로 들어서는 길에서 바라보이는 정면 벽을 벽이자 담으로 구성해 놓고 있다. 건축과 대지의 경계가 자연스럽게 공간으로 이어져 흐른다고 느끼는 이유다. 은근하게 기울어진 외관이 설악산 산지의 특징인 돌산을 닮아 있다. 그로 인해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형태가 조금씩 달라지는 것도 같고 아주 천천히 움직이는 것도 같다. 형태뿐만 아니라 색감과 재질에서도 설악산 내 돌산을 떠올리게 된다. 거친 무채색의 덩어리 가운데 설치된 주황색 현관이 강렬한 악센트가 되고 있다. 문을 여닫을 때마다 경계의 다양성을 경험할 수 있는 통로인 셈이다. 오래되고 단단한 돌덩이의 갈라진 틈에서 마치 신비한 광물이 드러나듯 노을과 단풍을 닮은 색이 발갛게 상기되어 빛을 발한다.
내부 공간은 4m 폭의 3개 칸이 2열로 배치되어 총 6칸으로 구성되어 있다. 침실, 거실 겸 주방, 욕실 등 각 칸들은 주거에 필요한 기능들로 구분되어 있지만, 개방적인 구조를 하고 있어서 연결된 하나의 공간으로 인식된다. 각 칸의 주요 요소들에도 주황색이 포인트로 사용되어 자칫 무료할 수 있는 무채색을 흔들어 깨운다. 침실 영역은 거실과 이어져 있지만 바닥의 단차를 더 낮추고 있어 분리된 공간감을 갖는다. 침실과 거실의 경계선 사이에는 수납장이 파티션처럼 자리하고 있어서 시야가 적절히 차단된다. 주황색 슬라이딩 도어 안쪽으로는 욕실이 자리한다. 동일한 주황색 계열의 그래픽 타일로 둘러싸인 색다른 시각적 효과를 경험하게 되는 공간이다.
남동쪽에 배치되어 있는 두 칸은 중정과 야외 데크로 조성되어 있다. 빛과 바람, 하늘과 별, 담 너머로 바라보이는 주변 솔숲의 전경을 집안에서도 고스란히 체험할 수 있는 영역이다. 주황색 현관과 동일한 선상에 위치한 거실 북쪽의 큼직한 슬라이딩 창은 설악산의 풍경을 담아내면서 자연과 연결되는 지점임을 강조한다. 북쪽의 이 거실 창, 남쪽의 주방 폴딩 창, 현관문을 동시에 개방하면 건축의 정면과 배면을 구분하는 경계가 사라지게 된다. 자연과 빛과 바람이 내외부를 자유롭게 관통하며 그야말로 대지 전체가 하나가 된다.
작품명: 돌담 / 위치: 강원도 속초시 장재터마을3길 25 / 설계: 원애프터 / 책임 건축가: 안미륵, 마준혁 / 시공: 경도건설 / 구조설계: 아르스미국기술사사무소 / 조경: 4t / 건축 형태: 신축 / 용도: 스테이 / 대지면적: 467.16m² / 건축면적: 37.67m² / 연면적: 37.67m² / 건폐율: 18.77% / 용적률: 18.77% / 규모: 지상1층 / 구조: 철근 콘크리트 / 지붕 구조: 경량 목구조 / 외부마감: 종석긁기 / 내부마감: 콘크리트 폴리싱, 마이크로토핑 / 완공: 2023 / 사진: 장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