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호평아이사랑놀이터 도르르
완연한 백색의 공간은 배경이자 무대가 되고 있을 뿐이다. 공간에 색감을 그려 넣고 생기를 불어 넣을 주인공은 아이들이다. 생명력 넘치는 아이들의 움직임과 놀이로 구석구석이 채워지 는 것으로 비로소 공간이 채색되고 완성된다.
거중기로 수원 화성을 만든 정약용 선생을 기념하여 남양주시가 2년여에 걸쳐 계획한 공간으로, 총 면적 1,004.89m²에 지상 3층 규모다. 작고 동그스름한 모양이 ‘도르르’ 구르는 것처럼 아이들이 백색의 공간을 도르르 굴러 다니듯 뛰어 놀 수 있는 실내 놀이터다. 천장과 벽과 바닥이 모두 백색인 공간에는 수원 화성을 모티프로 삼은 성벽이 자리한다. 그 성벽 사이로 들어가는 길이 여섯 개로 나 있는데, 모두 제각각의 높낮이를 가진 길이다. 자신이 오를 수 있는 만큼의 길을 아이들 스스로 정해서 오르도록 유도한다.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고 도전해 보라는 의도를 담은 것이다.
아이들이 도전해서 올라설 수 있는 성벽 안에는 ‘거꾸로 올라가도 되는’ 미끄럼틀이 있다. 자연스러운 흐름을 유도하는 원형으로 되어 있어서 오르내리는 아이들이 서로 부딪치거나 하는 위험한 상황을 흥미롭게 제하고 있다. 덕분에 적어도 이곳에서는 정해진 질서와 규칙에 맞추어 타야 하는 여느 미끄럼틀이 주는 식상함이나 피로감에서 잠시나마 해방될 수 있다. 능동적인 놀이가 기존의 익숙한 틀을 깨고 새로운 질서와 놀이 방식을 만들어내는 긍정적인 면이 있음을 보게 한다.
특별한 놀이터답게 거중기나 도르래에 대해서 공간은 교육적인 이야기로 접근하지 않는다. 도르래가 놀이기구의 하나로 설치되어 있어서 놀이 과정에 충실한 것만으로도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도르래의 원리를 익히게 된다. 나아가 그 원리로 제작된 거중기에 관한 학습까지 놀이로 배우게 된다.
아이들의 놀이에는 어른들의 세계처럼 정해진 답이나 규칙이 없다. 그때그때마다 아이들 스스로 자신들만의 이야기와 질서와 세계를 만들어 내고 자신들만의 놀이를 엮어 낸다. 공간은 아이들의 그런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넉넉하게 받아주고 연출해 내는 하얀색 도화지처럼 펼쳐져 있다.
작품명: 남양주 호평아이사랑놀이터 도르르 / 위치: 경기도 남양주시 늘을2로 67 / 설계: 마음스튜디오 / 프로젝트 디렉션: 이달우 / 공간디자인: 오은혜, 정영박 / 건축주: 남양주시 / 용도: 실내 놀이터 / 완공연도: 2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