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22-03-16
김종성 사진수필집
로마네스크 건축 – 이탈리아·크로아티아
플란드르와 북부 독일부터 서부 이베리아를 거쳐 남부 이탈리아까지, 로마네스크 건축의 걸착을 찾아 종횡무진한 건축가 김종성서울건축 명예사장의 세 번째 사진수필집이 출간됐다.
독일·벨기에, 스페인·포르투갈에 이어 이번에 그의 시선이 머문 곳은 로마네스크 건축의 핵심 국가인 이탈리아와 크로아티아이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정밀한 사진 속에 담긴, 건축에 대한 저자의 깊은 지성과 열정을 다시 한번 만나볼 수 있다.
대개 서양을 대표하는 건축 양식이라 하면 십중팔구는 고딕건축을 말한다. 문득 이런 궁금증이 떠오른다. 고딕건축은 어떻게 탄생한 걸까? 고딕이 태어나기 전에는 어떤 건축이 있었을까? 바로 800~900년 사이에 등장한 로마네스크 건축이다.
로마 제국 붕괴 후 혼란을 겪은 유럽은 안정기에 접어들자 사제, 수도사, 신도, 순례자들을 위해 교회를 짓기 시작했다. 그러나 화재에 취약한 목조 대신 석조를 택했는데, 이렇게 돌로 만들어진 건축물이 과거 로마 건축의 전통을 잇는다고 하여 ‘로마네스크 건축’이라 불리게 되었다.
두꺼운 돌벽과 튼튼한 기둥으로 지어진 로마네스크 건축은 차츰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갔고, 각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며 조금씩 변화를 거치기도 했지만, 장식 없이 꼭 필요한 요소들만으로 만들어진 진실성만은 한결같다. 석조 부재들이 빚어내는 육중함과 작은 창으로 인한 어두운 내부, 묵직한 외관 분위기 등이다. 저자도 자신이 로마네스크 건축에 매료된 이유로 로마네스크의 장중한 분위기와 진실성을 꼽는다.
이 책은 그의 시각으로 포착한 이탈리아와 크로아티아에 있는 중세시대와 로마네스크 건축 사진을 담은 수필이다. 단순한 역사적 서술보다는 각기 다른 지역에 세워진 중세 건축의 디자인 요소를 부각하고 조명한다. 아치의 간격이나 리브를 지지하는 모양을 추측하여 건축가의 의도에 다가가는가 하면, 국한된 재료나 공법에도 불구하고 예배 공간을 건립하기 위해 중세 건축가들이 쏟은 창의력을 오늘날의 우리도 감탄할 수 있도록 공간적 본질을 묘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책 소개문에서 평론가 게르빈 촐렌Gerwin Zohlen은 이렇게 설명한다. “사소하게 들릴 수 있으나, 김종성의 사진들, 사진 수필, 역사적 사실들이 제일 먼저 독자가 접하는 그의 통찰력이다. … 그의 모든 촬영 대상들에서 건축적인 것에 내재하는 흔적을 추적한다…. 그는 건축이 어떻게 제시되고 공간 속에 나타나는지, 건축이 항상 갈구하는 것, 즉 존재감을 표시하는 것을 찬양하고 있다.
‘로마네스크 건축’은 앞으로 프랑스, 영국 편이 차례로 출간될 예정이다. 86세의 나이로 보완 촬영을 다녀올 정도로 뜨거운 그의 건축에 대한 열정을 이 책을 통해 따라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