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K 뮤지컬 컴퍼니 사옥
투명한 유리창의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도시를 향해 짙은 호소력을 발산한다. 아니, 도시 이곳저곳을 향해 대담하게 얼굴을 내밀고 외쳐 부르는 것도 같다. 분명 정지되어 있으나 활기차게 움직이듯 입체적인 표정으로 도시를 흔들어 깨우는 형상이다. 한껏 고조되어 무대를 울리는 뮤지컬의 한 장면처럼!
서울시 강남구의 주요 도로들 중 하나인 논현로와 남부순환로가 교차하는 사거리에 위치한다. 지상층의 높은 임대료로 늘 이슈가 되는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미래의 이익과 풍부한 내외부 공간을 과감하게 맞바꾼 사옥이라는 점에서 더욱 눈여겨 보게 된다. ‘공중에 떠 있는’ 외부 공간이 전략적으로 계획된 것이 그것이다. 저층부의 외부 공간은 임대 영역인 동시에 공공에 개방되고, 상층부의 외부 공간은 사옥으로서 가지는 사적인 영역으로 계획되어 또 하나의 대지처럼 사용된다. 한 대지 안에서 상부와 하부를 나누어 사용하는 아이디어로, 중소규모 사옥 건축에 관한 방법론이 제안되고 있다.
가장 큰 볼륨을 요하는 뮤지컬 연습실과 사무실은 지하와 5층에 각각 배치되어 있다. 이들 각 볼륨의 상부가 외부 공간으로 계획되어 상부와 하부는 각각의 독립된 외부 공간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사옥의 저층부를 임대 공간에 내어 주면서 사옥 입장에서는 1층의 외부 공간을 놓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를 고려해 1층의 외부 공간이 상층부에서는 중정형의 외부 공간으로 치환되고 있고, 이를 통해 오히려 공간적 특이성이 획득되고 있다.
두 프로그램을 연결하고 지탱하는 기둥은 전체 건물의 주요 구조체가 되는 동시에, 나머지 프로그램들이 자유롭게 배치될 수 있는 기초가 되고 있다. 두 외부 공간의 상부는 노천 카페, 노천 사무실, 노천 회의실 등 임대 영역과 사무실 영역의 다채로운 프로그램들로 자유롭게 채워지게 된다.
사고의 중심이 늘 관객들을 향하고 있어서 뮤지컬 제작자들에게 ‘계단’은 가장 중요하고 익숙한 건축 요소다. 계단형의 구조체가 곧 객석으로 연관지어 해석되기 때문이다. 계단에 관한 이러한 이미지들이 적용되어 각 층의 볼륨을 가로지르고 연결하는 외부 계단들이 객석처럼 상징적으로 제안되고 있다. 실제로도 이용자들이 앉고 기대고 통행하면서 다양한 움직임과 활동들을 생산해 내는 건축적 장치가 되리라 기대된다. 특히 1층부터 3층까지 연결되어 있는 외부 계단은 임대 영역과도 소통하고 호흡하며 공공에도 개방되어 도시 공간에 입체적인 편의를 제공하게 된다.
자유롭고 입체적인 가운데 질서를 갖춘 건축적 요소들이 여러 시점에서 특이한 도시 경관을 만들어 낸다. 그 극적인 형상 자체가 뮤지컬 컴퍼니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줄 뿐 아니라, 도시 경관에 신선한 변화와 파장을 전하고 있다. 최근 가파른 성장을 보이고 있는 K-뮤지컬 시장에 영향력 있는 콘텐츠를 생산 및 공급해 오고 있는 EMK 뮤지컬 컴퍼니를 다분히 상징하는 공간이다.
작품명: EMK 뮤지컬컴퍼니 / 위치: 서울특별시 강남구 논현로 176 / 설계: 건축사사무소 디베르카 / 설계팀: 이지은, 윤훤 / 시공: (주)혜림건설 / 건축주: EMK 뮤지컬컴퍼니 / 용도: 업무시설 / 대지면적: 858.60m² / 건축면적: 425.79m² / 연면적: 2,898.82m² / 건폐율: 49.59% / 용적률: 247.26% / 규모: 지하2층, 지상8층 / 높이: 40.90 / 구조: 철근 콘크리트 / 외부마감: 송판노출콘크리트, 3중로이유리 / 설계기간: 2018.9~2019.3 / 시공기간: 2019.3~2021.3 / 완공: 2021 / 사진: 여인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