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문속초
에디터 전효진 차장 디자인 한정민 글 황혜정
자료제공 정초이웍스
길을 따라 오르는 시선이 멀리 위쪽을 향해 머문다. 길과 맞닿아 있는 백색의 벽, 그 너머로 높이 앉아 있는 또 하나의 백색 벽면을 따라 공간이 가지런히 정열해 있는 장면에서다. 길 아래의 진입 지점에서 목적지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에는 널찍하게 펼쳐진 밭고랑과 이웃한 동네 집들과 나지막한 언덕을 채우고 있는 숲이 함께 동행한다. 주변의 풍경들을 차곡차곡 시선에 담아 길을 오르는 덕분에 5백여 평 대지가 갖는 깊이감이 실감나게 체험된다.
강원도 속초의 설악산 및 쌍천을 끼고 있는 도문동의 첫 번째 마을인 하도문에 위치한다. 오래된 수령과 그 이상의 존재감을 갖는 목련나무, 소나무 숲, 설악산 등 다양한 규모의 자연이 풍부한 곳이다. 자신을 둘러싼 주변 풍경에 대해 건물은 바로 대면하기보다 조심스럽게 그리고 점차적으로 다가가는 모습이다. 길과 건물 사이에 서 있는 두어 개의 벽, 건물 안마당까지 이어지는 꽤나 긴 계단, 계단 너머의 데크와 중정 형태의 안마당 등의 과정들이 그러하다. 이들이 만들어 내는 여러 겹의 공간적 켜가 느슨하게 흩어져 있는 주변 환경들을 짜임새 있게 압축하며 농밀한 또 다른 풍경으로 재구성하는 듯하다.
4인 이상 수용 가능한 독채 형식의 스테이 두 채와 전시 및 이벤트가 가능한 카페가 자리하는 복합 휴양 시설이다. 대지가 접한 네 면의 각기 다른 경관과 땅의 고저 차를 경험할 수 있도록 공간은 크게 네 개로 분절되어 있다. 북측 스테이는 설악산의 사계절을 조망하고 있으며, 동측 스테이는 야트막한 산이 조성하는 작은 마당과 관계를 맺고 있다. 서측에 앉아 있는 카페는 대지 중심부의 정원과 땅의 오래된 터줏대감인 목련나무와 조우하고 있다.
높이 12미터 정도에 달하는 목련나무는 전에 살던 주인이 딸을 낳은 후에 자전거로 직접 실어와 심은 것으로 수령이 30년 이상이다. ‘자연과 숲’이라는 건축주의 바람을 실재적으로 상징하는 중요한 매개체로서 대지의 중심을 지키고 있다. 목련나무 주변으로 이끼, 지피식물, 갈대, 빛과 물과 바람 등이 구성되어 있는 조경 공간은 영속적이고 생동하는 또 하나의 자연을 건물 깊숙이 들여 놓은 개념이다. 정원을 ㅁ형으로 둘러싸는 데크와 차양용 파고라만 있을 뿐 중앙의 지붕과 외곽 기둥 없이 활짝 열려 있다.
1층 스테이에는 마당, 데크, 노천탕을 중심으로 방, 주방, 식당 등이 배치되어 있고, 2층 스테이는 통창으로 계획되어 소규모 중정과 통창을 통해 마당과 주변 풍경을 또 다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다. 길과 면해 있는 대지의 남쪽에서 대지의 안쪽인 북쪽까지 6미터 정도의 높이 차이가 난다. 북쪽의 가장 높은 지점에서 남쪽을 내려다보면 가깝게는 마을 전체의 지붕들이, 멀게는 설악산 자락이 겹겹이 드러나 있는 풍광이 펼쳐진다. 북쪽에 나 있는 방, 계단, 거실, 욕조, 소규모 중정 공간 등이 배치된 위치 자체만으로도 매력적인 이유다.
남쪽으로는 마을을 향한 조망이 자리하고, 건물의 나머지 세 면은 소나무로 빼곡한 야트막한 산으로 아늑하게 에워싸여 있다. 백색의 경계를 따라 건물의 물리적인 안팎은 선명하게 구분되어 있지만, 겹겹이 나 있는 켜와 켜 사이를 넘나드는 바람과 빛을 따라 가다 보면 안팎은 사라지고 숲과 풍경만 남는다.
작품명: 하도문속초 / 위치: 강원도 속초시 하도문길 50 / 설계: 정초이웍스 (정대건, 최수희) / 설계팀: 정대건, 최수희,임서연, 장희경 / 감리: 건축사사무소 정담 (김권일, 김민희) / 시공: 우리마을에이엔씨 (하광수) / 구조설계: 금나구조기술사사무소 / 전기설계: 한성이엔지 / 기계설계: 한성이엔지 / 통신설계: 한성이엔지 / 조경설계: 연수당 (신준호) / 인테리어: 정초이웍스 / 가구: dos546 (신철민), LEI STUDIO (한경희) / 용도: 호스텔(관광숙박시설), 카페(제2종근린생활시설) / 대지면적: 1,592m² / 건축면적: 412m² / 연면적: 525m² / 건폐율: 25.85% / 용적률: 32.99% / 규모: 지상 2층 / 구조: 철근 콘크리트조, 목구조 / 외부마감: 스터코 (STO 리니어 20), 방킬라이, 알루미늄시스템창호 / 내부마감: 화강석, 목재패널, 마루, 스페셜도장 / 완공: 2022 / 사진: 권보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