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니스프리 플래그십 스토어, 디 아일
에디터 전효진 차장 글 황혜정 편집 한정민
자료제공 WGNB
주변에 비해 나지막한데다 무채색으로 건축적 소리마저 최대한 낮춘 채 고요하게 앉아 있다. 폐공장의 잔흔만이 시간이 축적된 장소임을 소곤소곤 이야기할 뿐이다. 존재감을 희미하게 만든 그런 모습이 오히려 주변의 건물 숲과는 다른 음색을 띠며 존재감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거친 자갈과 흙을 덮고 있는 또 하나의 매끈한 지층이 과거의 시공간 위에 새로운 시공간과 새로운 움직임을 쌓기 시작했구나 짐작하게 된다.
최근 리브랜딩한 이니스프리의 새로운 성수동 플래그십 스토어 ‘디 아일THE ISLE’이다. 이름이 말해 주듯이 ‘가상의 섬’이라는 개념을 표현한 것으로, 발길이 쉽게 닿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청정함과 순수함을 강조한 공간으로 다가온다.
‘우리가 상상하는 섬에는 평지가 존재하지 않는다’, 요소요소들이 속삭이는 음성을 공간은 눈으로 확인시켜 준다. 지층을 표현해 놓은 여러 높낮이의 선들은 섬의 등고선 같기도 하고 퇴적층의 심도를 드러내는 것 같기도 하다. 외부에서 내부까지, 공간의 전반적인 통일감을 위해 프로젝트 부지 내의 바닥은 물론, 다른 곳곳에도 깔려 있는 새로운 표피층들이 그것이다. 건축 외장재로 흔히 사용되는 베이스 패널이 주재료다. 바닥에서 시작되는 베이스 패널의 지층은 벤치형 의자, 테이블, 진열대 등 가구들을 일정한 높이로 구성하거나 마감하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높고 낮은 여러 지층의 질서들로 둘러싸인 땅은 미지의 섬을 극대화하는 느낌이다.
전시장 중에서 미디어월은 특별하게 설정해 놓은 영역으로, 거대한 바위와 유일하게 초록의 색을 입은 수목을 통해 손 타지 않은 순수한 섬의 이미지를 더욱 강조한다. 바닥에 편안하게 누운 바위가 아니다. 아슬아슬하게 세워진 채 철골조와 한몸으로 결합되거나 천장에 맞닿아 공간을 지지하는 형태의 바위다. 이들 모두 비현실적이고도 육중한 긴장감을 발산하며, 모듈형식의 베이스 패널이 만들어 내는 정갈하고 단조로운 질서 안에 파문을 만들어 낸다. 이 원시적인 질량과 긴장감이 거칠고 투박한 기존의 공장 구조물과 어우러지면서 전시장은 생경한 에너지로 채워지고 있다. 도심 한가운데에서 마주하게 되는, 현실과 가상이 교차하는 영역 속으로 낯설게 이끌리며 거닐게 되는 섬, 디 아일이다.
작품명: 디아일 성수 (이니스프리 플래그십 스토어) / 위치: 서울시 성동구 성수로 7가길 11 / 설계: WGNB / 설계팀: 양민우, 설채원, 전혜윤 / 건축면적: 364.84m² / 설계영역: 573.73m² / 설계기간: 2023.6.~2023.8. / 완공: 2023.10. / 사진: 최용준